[사설]`R&D센터`유치 새 전기되길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이 부설 정보보호 기술연구소인 사이랩(Cylab)의 아시아지역 분소를 우리나라에 설립하기로 마음을 굳힌 모양이다. 물론 연구결과물에 대한 특허권 문제, 자금 지원 방법 등 몇 가지 해결할 과제들이 남아 있어 현재 정통부,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의 협상이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만약 성사될 경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해외 유명 IT기업 연구개발(R&D)센터 유치 범위가 종전 IT기업, 연구소에서 이제 대학으로까지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카네기멜론 대학이 소프트웨어, 보안, 로봇, IT정책 등 IT분야에서 영향력과 비중을 가진 세계적 명문 대학이란 점에서 자못 기대된다. 특히 이 대학이 ‘한국 정부의 지원’이란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교육센터의 한국 분교 설립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IT분야 인력양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카네기멜론의 사이랩이 인터넷해킹, 스팸 등 네트워크 보안 및 정보보호 기술을 개발하는 세계적인 전문기술연구소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정보보호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이랩의 핵심 기술인력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정보보호 기술전문가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차세대 네트워크 보안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협력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실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가 3000만명에 이르고 인프라 측면에서도 선진국에 크게 앞설 정도로 인터넷 강국이다. 하지만 정보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등 악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특히 정보보호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정보보호에 대한 국제적 기술 협력과 공동 연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유수의 정보보호 기술 전문연구소를 우리나라에 유치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본다. 연구능력을 보다 향상시키고 혁신시스템도 보완할 수 있는 등 성장잠재력이 크게 확충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외 유명기업들의 R&D센터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이번 카네기멜론 대학의 정보보호 기술연구소 유치는 성공해야 하며 이를 계기로 세계 유명 대학 부설 연구소의 유치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충분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 유수 IT기업, 연구소들의 R&D센터 유치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나 하나의 노력 위에 한국에서 성공하는 세계적 연구소들이 늘어난다면 ‘동북아 R&D 중심’은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기업, 연구소들이 계획대로 투자하도록 분위기와 인프라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한국이 R&D센터 설립의 우선 순위에 있는 나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일하면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인도가 지난 3년 동안 무려 77개 다국적 기업들의 R&D센터를 유치해 아시아의 R&D 기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한 배경이 저렴한 임금에다 높은 기술수준의 연구인력이 풍부한 점이라는 것을 인식해 우수한 연구인력 인프라 확보 등 R&D여건의 경쟁력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