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이 발표돼 사모투자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입법추진도 속도감 있게 진행돼 올해가 가기 전에 사모투자조합이 선보일 전망이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은 합자회사 형태의 사모투자전문회사(Private Equity Fund) 설립이 허용되고, 이를 운용하는 주체와 규모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은행, 증권 등을 가리지 않고 사모투자전문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이들로 하여금 투자대상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투자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중장기로 기업주식 및 경영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금융기관에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발할 수 있게 해 사모투자시장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사모투자시장은 긍정적인 면에서 큰 변화를 보일 것이다. 우선 자금여력이 있는 시장참여자들이 크게 늘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참여허용은 물론이고, 연기금도 자신들의 ‘기금운용계획’의 범위에서는 별도의 승인없이 출자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결국 사모투자시장이 제한적 경쟁시장에서 무한 경쟁시장으로 변모되고 규모화와 전문화를 이루지 못하는 참여자는 퇴출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사모투자시장은 구조조정전문회사, 신기술금융회사, 창업투자회사 등이 제한적으로 경쟁하는 시장이었는데 이제는 그 구분이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가 10% 이상의 주식인수나 경영권 지배력 행사를 가능케 하는 투자로 한정돼 있지만, 실제에는 기존 참여자들의 업무영역을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릴 것으로 보인다. 무 자르듯이 경영지배력 행사가 가능한 투자를 구분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IMF 이전에 칸막이 식으로 운영되던 리스, 할부, 카드 등의 회사가 여신전담금융업법으로 통합되고 각자의 비교우위에 의한 업무선택을 하게 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국내 사모투자시장은 게임의 규칙이 정해지고 자금력 있는 자가 대거 참여하는 선진국형 시장으로 변모해 갈 것으로 보인다.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그 속에서 차별화된 작은 시장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벤처캐피털시장의 급속한 위축이다.
사모투자시장의 부분집합성격인 벤처캐피털 시장은 벤처조합의 결성을 통해 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시장이다.그런데 이 법이 생겨남으로 해서 그동안 벤처조합의 주요 출자자였던 대기업, 금융기관, 연기금 등이 출자를 꺼릴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투자대상과 자유로운 업무방법을 가진 사모투자전문조합으로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자연스레 벤처투자는 위축될 것이다. 정부가 일정부문 간섭하던 제한적 경쟁시장에서 무한경쟁시장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벤처 창투시장에 자금배분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충분히 예견돼 왔던 일이다.
미국, 유럽과 같은 곳에서도 창업투자시장은 특별히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집중돼야 하는 분야로 인식돼 있다.우리도 이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의 개정과 더불어 창업투자시장에 대한 개념과 정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창업의 개념이 느슨해지고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던 시장상황이 창업의 개념이 보다 명확해지고 정부의 지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창업기업이 있고 나서야 구조조정기업도 있을 것이 아닌가. 경제환경변화에 맞는 정책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부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millionaire@kv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