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데이터방송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t커머스’를 승인제로 규제할 방침을 세운 가운데, 데이터방송업체들은 승인제를 피하기 위해 방송망이 아닌 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할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데이터방송업계는 최근 방송위의 t커머스 승인제 방침과 관련, “데이터방송용 콘텐츠는 방송 주파수 대역으로 보내고 t커머스는 IP기반으로 제공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서 “방송위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면 불편하고 복잡하겠지만 t커머스를 위해 IP기반 데이터서비스를 별도로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해 강행 방침을 시사했다. 반면 방송위는 일반 방송콘텐츠와 달리 소비자의 돈이 직접 오가는 t커머스의 경우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한 사업자(승인받은)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과 사업자간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데이터방송과 데이터서비스 “차별”=통신업체인 KT는 ‘홈엔’ 서비스를 개시하며 TV를 디스플레이로 삼는 ‘데이터서비스’를 진행중이다. 통신사업자 KT의 경우 IP망을 활용하고 디스플레이를 PC가 아닌 TV를 사용하기 때문에 TV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인 t커머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터넷쇼핑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t커머스라도 방송망에 기반을 두면 다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둘 다 TV에서 데이터방송을 제공하며 상품도 판매하는 똑같은 모델이지만 방송망을 이용하는 데이터방송의 t커머스는 승인을 받은 업체만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예전 홈쇼핑 관련 승인에서 봤듯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2월 t커머스 본방송을 계획하고 있는 KBS조차 방송위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지만, 방송위는 공영방송인 KBS가 수익을 목적으로 t커머스를 서비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데이터서비스라도 하겠다”=데이터방송업체들은 방송위가 현재 방송법에 의거해 t커머스를 승인제로 고수할 경우 IP기반 데이터서비스 형태로라도 t커머스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방송위의 정책을 피할 수 있는 샛길이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방송업체 한 사장은 “케이블방송의 연동형 데이터방송은 TV화면 하단에 3∼4개 데이터방송 콘텐츠가 있고 이 중 한개 정도가 t커머스인 형태”라며 “이 중 2∼3개는 케이블망 내 방송 대역을 통해 콘텐츠를 주고 받는 한편, 한개 t커머스는 같은 케이블망에서 IP를 부여해 통신대역을 사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즉 t커머스를 KT처럼 IP망 기반으로 제공하는 ‘데이터서비스’를 병행하겠다는 것.
또 다른 업체 담당자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 모든 업체가 피해나갈 수 있다”며 “단지 우리가 방송위에 바라는 점은 정도를 걷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 정책방향은=현행 방송법 상 ‘상품 판매를 전문편성으로 하는 채널사용사업자’는 방송위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를 넓게 해석하면 데이터방송사업자의 t커머스도 승인을 얻어야만 가능하다는 게 데이터방송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t커머스 사업자를 승인제로 허가할 방침이지만, 기존 홈쇼핑사업자보다는 대폭 완화된 기준으로 심사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커머스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로 인해 소비자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보다 완화된 승인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데이터방송업체들이 편법으로 서비스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송법에는 직접 t커머스를 거론하는 조항이 없으며 하반기에 이와 관련한 방송위의 정책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위가 전향적으로 데이터방송의 t커머스 제공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내놓고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