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동영상 유포 파문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전날 정부의 강력한 유포 금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현지에서 김선일씨가 처참하게 살해되는 동영상이 24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것이다. 이 동영상이 누구에 의해 공개되고 유포됐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정부와 많은 국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네티즌들은 김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23일에 이어 이같은 충격적인 소식에 분노가 폭발했다. 동영상이 확인된 것은 이날 새벽. 전날부터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이날 새벽 모 외국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봤다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정부도 미국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김씨 피살 동영상이 등장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KT,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긴급 명령했다.

 하지만 동영상은 이미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차단 명령 이후에도 특정 사이트나 P2P 서버에서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네티즌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제발’이란 네티즌은 “간단한 주소만 치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며 “제발 다운 시켜서라도 유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P2P 서버 운영사는 “동영상 유포시 끝까지 추적해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했지만 일부 P2P를 통해 김씨의 피살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인터넷 업계, 네티즌들은 동영상 유포 막기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동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한편 국내 동영상 유포자를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혔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들도 금칙어 등을 통해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서 동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차단하고 방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e메일과 P2P 등 개인간 주고 받는 동영상을 차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더욱 우려를 주고 있다. ‘yub99’란 네티즌은 “이국 타지에서 피살된 것도 정말 억울한데 동영상이 유포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고인과 고인의 가족들에게 더이상 아품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 김기권 과장은 “김선일씨 살해 동영상의 인터넷 유포를 막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동영상을 공개한 사이트를 모두 발견하기는 어려웠다”며 “정부의 노력에 앞서 먼저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보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 한 유명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동영상 배포자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는 본지 발 인용기사가 올라와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본지가 이같은 기사 출고 사실이 없고 경찰 역시 유포자 체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당 사이트는 즉시 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아이디를 밝히지 않은 익명의 네티즌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고 김선일 씨 관련 동영상 배포자 체포(퍼옴)’이라는 제목으로 본지 기사를 인용한 것 처럼 꾸민 ‘경찰이 김선일씨 관련 동영상을 P2P 공유 서비스를 통해 배포한 김모씨를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는 내용의 기사체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글 상단에 ‘전자신문 2004-06-24 09:30’ 이라고 밝혀 이 글이 본지 인터넷 기사를 복사한 것처럼 보이게 해 본지 편집국은 한때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