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시장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IBM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가 누적되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IBM이 반도체 분야에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반도체 주문량을 제때 맞추지 못해 기존 고객이 이탈하면서 TSMC, UMC 등 대만 파운드리업체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BM의 주요 파운드리 고객인 자일링스는 90나노기반의 첨단 반도체를 대만 UMC에서 장기생산하는 계약을 맺어 IBM측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또 다른 고객인 애플컴퓨터는 IBM이 서버용 칩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매출에 손해를 봤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때 반도체를 납품하지 못한다는 고객들의 불만 속에 IBM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2억5000만달러의 적자, 올해 1분기에는 적자폭이 1억5400만달러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반면 TSMC와 UMC는 올들어 사상 최대의 흑자와 매출신장을 구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반도체 부문에서 IBM의 고전이 과거 시설투자를 게을리 한 탓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IBM은 지난 2002년 총 30억달러를 투자해 뉴욕 이스트피쉬킬 지역에 최첨단 12인치 팹시설을 갖췄다. 이 팹은 반도체의 전력소모를 줄이는 구리-저유전(low-k)물질을 적용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관련 업계로부터 ‘꿈의 반도체공장’이란 찬사를 받았다.
문제는 이런 첨단 반도체기술을 실제 양산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파운드리 공정보다 몇 달씩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이다. 당장 납기가 급한 고객사 입장에서는 반도체의 품질보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데 더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아이서플라이의 한 애널리스트는 “IBM은 이미 파운드리 설비투자분야에서 최적의 시기를 놓쳤다”면서 대만업체의 기술력도 급속히 향상되고 있어 당분간 IBM이 시장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