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업 분야이든지 사업의 글로벌화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바일게임 분야 또한 글로벌화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특히 올 들어서 그 변화는 여러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지난 14일 제너럴 캐터리스트 파트너스나 이펀드 등 유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은 미국 ‘엠포마(MFORMA)’사가 전 세계 60여개의 통신사들에 게임을 공급하면서 엠포마아메리카, 엠포마유럽 그리고 엠포마코리아까지 설립하며 모바일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지난 4월 벤치마크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130억원의 종잣돈을 기반으로 삼아 글로벌 모바일 게임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잼닷모바일(JAMDAT Mobile)등도 주목할 만한 회사다.
신화를 스크린으로 내려받은 영화 ‘트로이’의 브래드 피트를 보고 그 갑옷 입은 모습에 한국의 여성들이 열광하듯, 또 일본에 간 탤런트 박용하가 또 다른 ‘욘사마’로 불리며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듯 게임을 포함한 문화상품도 그 인기대열에 이미 올라섰다. 게임이 사람 사는 것에 대한 보편 타당성과 문화적, 지역적 특수성을 동시에 띠며 그 어떤 콘텐츠보다 뛰어나 전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다 아직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들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적 한계로 인한 그래픽 구현 제한 등이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게임 제작에 강점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모바일게임 사업은 국가간 차이나 진입 장벽이 다른 게임사업보다 매우 낮다. 한국 볼링이 유럽 볼링이고, 유럽 볼링이 미국 볼링인 것이다.
모바일게임의 또 하나 승부처는 기획력, 혹은 크리에이티브다. 현재 유통되는 모바일게임의 70% 이상이 ‘베끼기’의 산물이라고 하던데, 이래 가지고선 앞날이 암울할 수밖에 없다. 하긴 업력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인력도 태부족인데다 교육도 일천하니 그럴 수 있겠지만 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니 업계 모두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가야 한다.
일본의 세가가 모바일게임사업에 진출하려면 그냥 ‘세가모바일’이라 하고 ‘소닉’을 캐릭터로 개발하면 된다. 일단 가정용 게임기나 PC등에서 성공한 게임을 갖고 있는 기존의 선진 게임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바로 이 점이 모바일게임 사업만을 하는 모바일게임 전문업체들에 크리에이티브가 생명과도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온라인의 ‘리니지’가 모바일에서도 나와야 하고 그 시기도 그리 머지 않았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CPU 처리속도 400㎒, 32비트 애플리케이션 등이 탑재된 휴대폰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바야흐로 PC 펜티엄급 휴대폰의 도래요, 모바일게임 사업의 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임을 말해준다.
따라서 올 하반기가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선진 경쟁업체들의 글로벌 전략에 대응한 사업능력 갖추기, 인수합병 등을 통한 합종연횡, 자금 조달,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력 확보 및 양성 경쟁이 전면화될 것이다. 또 세계 시장에 통하는, 그도 아니면 적어도 중국과 일본시장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는 신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모바일게임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국내 IT산업에서 그래도 내세울 만한 분야를 꼽으라면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에 근거를 둔 관련 산업과 휴대폰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사업일 것이다. 아무쪼록 글로벌 시장에서 챔피언이 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살아 있는, 경쟁력 있는 모바일게임 업체가 적어도 10개 이상은 이 땅에 생겨나기를 바란다. 열 명이 한꺼번에 챔피언을 할 수는 없겠지만 열 명이 한 팀이 돼서 대회 우승을 할 수는 있다.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사장 peter@zi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