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TV 홈쇼핑 `쿠오바디스`

홈쇼핑 사업자와 제조업체간에 판매 이익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히트 상품보다 마진이 높은 상품이 더 인기를 끌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생활 주방 인기 상품 업체는 홈쇼핑을 통해 많은 매출을 올려도 사은품과 프로모션 투자로 인해 상품당 1000원 가량의 손해를 보면서 방송을 해야 하는 현실을 답답해 했다.

 이 때문에 어려운 경기 여건을 감안해 홈쇼핑사도 마진을 지금보다 조금 낮추고 지나친 사은품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홈쇼핑뿐 아니라 대형 할인점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어려워 내가 먼저 살고 보자는 식이니 당연하게 협력사인 중소업체는 기술력뿐 아니라 자금력까지 있어야 할 판이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날로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방송 부문의 지나친 투자와 방송 환경의 악화 때문이다. 특히 방송 부분의 과도한 투자로 인해 LG와 CJ홈쇼핑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98년 이후 심해진 매출 위주의 과당 경쟁이 문제였다. 홈쇼핑사의 흑자가 실현되면서 고가의 빌딩 구입과 과다한 방송 스튜디오 증축, 신규 방송 인력의 채용은 결국 경영을 악화시켜 30∼40% 정도가 매출에 비해 과다한 비용이 지출되었다. 한마디로 방송 경영의 부재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상파 방송은 광고 예상 수입과 제작비를 연동해 지출한다. 수입이 적으면 제작비도 동결된다. 하지만 홈쇼핑사는 마케팅 투자 방법에 따라 과감하게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악화된 방송 환경도 한 몫 했다. 케이블TV 가입자의 신규 가입이 어렵고 SO에 투자되는 비용이 현실화되지 않아 판매 이익금을 다시 빼앗기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돌파구는 없는가.

 주요 홈쇼핑 업체는 방송위원회에서 해결점을 찾고 있다. 심의를 완화하면 매출이 다시 오른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쉽게 방송위원회의 심의 정책이 풀릴 것 같지는 않다. 방송위의 원칙은 강경하다. 이 때문에 홈쇼핑 사는 모든 경영과 정책을 95년 상황으로 되돌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제는 처음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정부에 기댈 것도 없다.

 중요한 점은 TV를 통한 판매 방송을 경영자가 이해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불경기일수록 홈쇼핑 업체는 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과 진정한 고객 제일주의를 실천하는 일이 절실하다. 새로운 수입원도 찾아야 한다. 시간 당 10억∼20억원을 올리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또 다시 매출 경쟁을 벌인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해결 방법은 있다.

 첫째는 중국과 일본 시장을 통한 전략적 상품 개발과 프로모션이다. 둘째는 인터넷을 고급화해 멀티미디어 시장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셋째는 전자회사나 브랜드 있는 유통 사업의 파트너를 찾아 국제적인 외형을 갖추는 일이다. 이런 이유를 감안하면 앞으로 홈쇼핑 시장은 백화점 혹은 대형 마트를 지닌 전문 유통사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홈쇼핑 산업은 1세대 삼구쇼핑과 하이쇼핑에서 2세대 CJ와 LG 등 대기업의 참여로 홈쇼핑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져왔다. 긍정적인 측면은 저렴하고 선진화된 유통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MBC와 KBS 등 지상파가 쌓아 놓은 방송 전파의 막강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채널 사이 끼워넣기를 통해 황금알을 거둬 들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방송위원회 역할도 컸다고 본다.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판매 방송을 하는 기업이 홈쇼핑의 주인이 되어야 할 때다. 홈쇼핑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TV를 통해 만나는 소비자가 방송의 주인공인 국민 즉 시청자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

◆상품전략연구소 이학만 소장 hmleepd@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