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우리 정말 인터넷 1등 국가인가?

흔히 우리나라가 G7국가를 비롯한 세계 11개 주요국 가운데 인터넷 접속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도 도입 4년 만에 1000만 회선을 돌파해 세계 1위를 기록, 인터넷 강국으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이에 따라 마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쓰는 국가인 것처럼 이해하고 이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실제로 활용하는 정도와 이에 따른 효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개인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e메일을 사용하는 비율이 인터넷 사용자 2800만명 중 76%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자료검색을 활용하는 이용자도 71%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외에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41%고 채팅, 쇼핑 순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국민 중 2800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교신도 하면서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우리가 세계에서 1등 인터넷 국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정도를 살펴보면 부끄러울 만큼 미미하다 하겠다. 예를 들어 최근에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e비즈니스 인덱스(2003)를 보면 우리 기업들의 e비즈니스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51.6점으로 F학점에 해당되는 점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업종별로 보면 금융부문의 e비즈니스 인덱스 수준이 68.5점으로 가장 높으며 다음으로 전자부문 56.3, 자동차 및 운송장비 제조업 56.5점 순이다. 반면에 펄프/제지업 분야가 38.1점으로 가장 낮고, 섬유/의류 제조업도 41.1점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분석자료들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디지털 격차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즉 우리 국민은 인터넷을 그 나름대로 잘 사용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극소수 기업만이 인터넷 사용의 이점을 얻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 활용도가 극히 미미하고 뒤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선진국 기업들은 인터넷을 활용, 능률향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새로운 사업모형을 개발해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고객관리에서 새로운 기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월마트나 아마존, 델 컴퓨터 등은 인터넷을 통해 경쟁자를 제압하는 위치에 이르고 있다.

 소매업계의 황제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월마트는 하루 매상이 10억달러에 이르면서도 정보통신망을 활용하는 VMI(Vendor Managed Inventory)를 통해 상품의 공급자가 월마트의 재고를 관리하게 함으로써 자기들은 건물과 제품진열용 선반만 가지고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변신하고 있다. 이 경우 월마트는 경쟁자와 비교해 원가의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한 입장에 놓여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이와 비슷한 예로 델 컴퓨터도 인터넷을 활용하는 주문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한 원부자재는 소요시마다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비즈니스 디자인을 완성, PC 조립생산과 판매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성취해 유지하고 있다. 델 컴퓨터의 경우 인터넷이라는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모형을 개발,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고객의 주문에서부터 생산과정을 거쳐 배달하는 데까지 36시간 내에 가능하도록 사업모형을 디지털화했다.

 이제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이 개인의 생황에서 잘 쓰일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최선의 활용을 통하여 월마트나 델 컴퓨터를 제압하는 기업들이 출현할 때 비로소 인터넷 1 등 국가가 될 것이다.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skwa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