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마련중인 방송법 시행령개정안이 관계부처협의를 끝내고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받는 가운데 정보통신부가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시행령 조항 수정을 요구, 방송위와 정통부간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했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내달중으로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지연돼 지상파·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도입도 장기간 연기될 전망이다.
정통부는 방송위가 지상파·위성DMB의 겸영 및 채널구성을 규정한 방송법 시행령개정안을 마련하면서 DMB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규제했다며 겸영제한과 채널구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방송위에 보내고 규제개혁위에도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정통부가 문제 삼은 조항은 △일정한 권역내에서 1개 이상의 지상파DMB를 경영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겸영제한 △TV·라디오·데이터방송을 반드시 포함해 채널을 구성토록 제한한 채널구성제한 △사업권 획득후에도 2개 채널을 제외하고 모두 임대토록 제한한 채널운용제한 등이다.
◇지상파DMB 겸영제한=정통부는 이 조항이 현실적으로 채널수가 대폭 늘어난다고 해도 여력이 있는 사업자가 1개 이상은 사실상 시장에 참여할 수 없도록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일정한 범위를 제한한 것도 아니며 사업자수가 3개 이상 6개 미만일 때와 6개 이상일 때라는 추가기준을 적용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통부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가 강력히 요청되는 현 시점에서 규정의 목적이 1개 이상은 어떠한 경우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는 식의 폐쇄적인 규제가 곤란하다”며, “향후 사업허가추천과 사업추진시 상황에 따라 사업자 수가 달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그 대안으로 방송권역별 사업자수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경영하도록 완화하는 것을 제시했다.
◇채널구성제한=정통부는 한 DMB 사업자가 반드시 TV·라디오·데이터방송채널을 동시에 운용토록 하는 것은 법 취지를 오해한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했다. 신규서비스의 도입과 관련해 불확실한 시장성 등으로 인해 오히려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우고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적극 창출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특히 향후 구현될 DMB는 비디오와 오디오 및 데이터 등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하게 제공될 것으로 예상돼 TV·라디오·데이터의 방송유형별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급격히 발전하는 방송제작기술과 콘텐츠 제작추세 및 국민의 서비스 수요패턴을 도외시하는 구시대적 착오라고 설명했다.
◇채널운용제한=채널 임대규모에 대해서도 정통부는 사업자가 채널성격, 자체 제작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지, 직접운용채널에 대한 하한을 둬 규제해야 할 정도의 절실한 국가적·공공적 필요성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송사업자가 휴대폰에 특화된 서비스만을 제공할 경우 기존보다 2배 정도 많은 채널을 운용할 수 있어 이 경우 10여개 채널 중 사업권을 획득한 방송사가 2개 채널만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발전을 무시한 불분명한 규제로 삭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혹스러운 방송위=방송위는 정통부와의 실무 협의를 마친 이후 지난주초 규제개혁위에 규제심사를 신청한 상황에서 정통부가 뒤늦게 규제완화를 이유로 고쳐야 한다고 통보한 것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위는 정통부의 이같은 일방적 통보가 시기적·내용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기관간 관례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동균 방송위 법제부장은 “규제개혁위의 규제심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사전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수정을 통보하고 독자적으로 규제개혁위에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정통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시급한 방송법 개정 작업이 지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측은 부처간 협의할 때 다른 것은 합의했는데 이 부분은 합의가 안됐으며, 채널관련 사안은 방송위 소관이라 사전에 의견서만 냈는데 나중에 방송위가 전혀 반영하지 않아 의견서를 다시 냈다고 밝혔다.
<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