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과 휴대 이동방송 규격에 대한 논란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방송사들과 방송위원회, 언론노조, 정통부 등 논쟁의 중심에 섰던 당사자들과 정책 당국이 얼마 전 열렸던 휴대 이동방송 규격에 대한 공청회를 기점으로 점차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끌어온 지루한 싸움의 결과가 곧 가시화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도 내비친다.
이렇게 되자 처음엔 비판적이었던 참여정부의 ‘우회길(?) 정책’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 “비용을 치르더라도 국민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가겠다”는 정책 의지다.
행정 각료가 직접 나서 이해가 엇갈리는 방송사나 언론노조와도 대면했다. 해외 공동 실태조사, 4인 대표회의, 8인 실무위원회 운영 등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여러 통로도 만들었다. 뒤늦게나마 비용을 치르고 민의를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논란의 종지부를 향해 가는 정부의 모습에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정작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우회길 정책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바로 휴대 이동방송 규격으로 당초 추진해왔던 지상파DMB만이 아니라 유럽식 DVB―H를 병행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전송방식 합의를 끌어내려고 향후 휴대 이동방송 규격에 언론노조가 요구한 DVB-H를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물론 유럽식 DVB―H는 지상파 디지털TV의 이동성 문제를 제기해온 언론노조 등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휴대 이동방송에 접목시키자며 새로 제시한 것이고 가능성도 있는 기술이다. 문제는 이를 상용화하려면 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 그런 기술을 정부가 이견 수렴 차원에서 “DVB-H를 향후 휴대 이동방송 규격의 표준으로 삼을 수 있고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한다면 앞으로 개발될 수많은 기술을 다 어찌할 것인가. 만에 하나 2년 뒤에 DVB-H보다 더 우수한 기술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견은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견 때문에 원칙을 벗어날 수는 없다. 최선(最善)이 아닌 차선(次善)을 택하더라도 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면 정책의 정당성이 훼손된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