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의 M&A바람이 급물살을 탔다.SK그룹 관계사인 SK텔레텍과 벨웨이브가 인수합병(M&A)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M&A를 통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것을 시작으로 유무선 통신그룹인 KT그룹 역시 여건만 허락된다면 M&A대열에 합류한다는 계획이다.가장 두려운 중국의 대형 기업들마저 휴대폰사업 조기진출을 위해 자금력이 어려운 국내 기업의 M&A에 적극 나설 태세여서 국내 휴대폰시장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제적인 M&A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국내 휴대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휴대폰시장의 재편 움직임을 살펴본다.<편집자>
<기획>휴대폰시장 재편
(상)휴대폰시장 M&A 회오리 분다
(중)제조 & 서비스 경쟁 구도 온다
(하) 산업 경쟁력이 우선이다
휴대폰시장에 인수합병(M&A)의 격랑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2000년을 정점으로 휴대폰시장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100여개가 넘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자의 반, 타의 반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벤처붐이 꺼지면서 자본 위축에 시달리는데다 우후죽순 생겨난 업체간 과당경쟁, 출혈경쟁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저가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미 잘 나가는 휴대폰 대기업들을 제외하곤 상당수 휴대폰 업체들이 문을 닫았거나 폐업 위기로 몰리고 있다. M&A의 거대한 회오리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알짜배기 중견휴대폰 업체로 소문난 벨웨이브가 M&A 대상으로 올랐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벨웨이브는 지난 99년 설립 이후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며, 지난해에 매출 4100억원, 영업이익 41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삼성전자와 함께 대표적인 우량기업군에 속한다. 따라서 이번 벨웨이브의 MOU 건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중견기업의 M&A 흐름을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맥슨텔레콤도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사명을 거론하기는 이르지만 중견기업인 A사도 SK그룹과 모 통신그룹과의 접촉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극도로 위축된 상태로 어려움을 겪은 중견기업인 B사도 시장에 비공개 매물 상태로 나와있다. 코스닥에 등록한지 얼마 안 되는 휴대폰 중소기업인 C사도 끊임없이 M&A 대상에 오르내린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견·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M&A 사정권에 들어온 셈이다.
국내에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적극적이다. 최근 들어 서비스 가입자 확보의 관건이 휴대폰에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같은 행보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각종 서비스의 테스트 용도도 있다. 또 서비스와 함께 캐시카우 사업의 필요성도 휴대폰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중 하나다. 이번 SK텔레텍의 벨웨이브 인수를 위한 MOU 체결 이전에도 이미 KT그룹의 관계사인 KTF가 지난해 맥슨텔레콤 인수를 위한 협의를 벌인 바 있다.
휴대폰업계는 이미 팬택과 큐리텔, 맥슨과 세원, 모토로라와 어필텔레콤의 M&A를 경험한 바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M&A에 나선 경우도 있다. 팬택계열이 북미시장 확대를 위해 오디오박스의 인수에 나선 바 있으며, LG전자가 중국의 차브리지 인수를 추진한 적도 있다. 차원은 다르지만 SK그룹 관계사인 SK텔레텍 역시 중국 신강성의 최대 그룹인 텐디그룹과 720억원 규모의 휴대폰 합작사인 ‘SK텐디텔레콤산업‘을 설립키로 합의한 바 있다.
글로벌 업체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TCL이 휴대폰 부문 세계 8위인 프랑스 알카텔의 휴대폰사업 부문을 인수키로 했고 역시 중국의 닝보버드도 지멘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의 지각변동을 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모토로라가 어필텔레콤의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 바 있다.
M&A가 시장의 큰 흐름으로 다가온 셈이다. 자의든 타의든 M&A의 큰 흐름을 타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M&A 상대를 찾아나서고 있으며, 대기업은 시장 확대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M&A에 나서고 있다. M&A를 통해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M&A 움직임이 국가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흐름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이른바 ’기업사냥’의 수단으로 전락할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