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첨단 사단`활성화 대책 급하다

전국 지방 첨단산업단지 및 벤처기업 집적시설에 입주하기로 한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입주를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는 보도다. 그것도 특정 지역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이 모두 비슷하고 입주 포기 비율도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20∼30%대에 이른다고 한다. 지방 중소·벤처기업들이 최근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어렵다, 어렵다’하는 중소기업인들의 호소는 많았지만 이처럼 각종 지원과 혜택이 부여되는 산업단지와 벤처 집적시설에의 입주를 포기할 정도라는 것은 사업 환경이나 형편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걱정이다.

 물론 기업체들이 처한 어려움은 일차적으로 기업들의 자구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일이다.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을 통해 매출을 늘려나가야 하는 것은 기업체들의 몫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한 만큼 기업체들의 자생노력은 안 해본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버텨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수출 호조 덕분이다. 현재 수출경기가 식을 줄 모르는 만큼 투자는 계속돼야 할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지방 첨단산업단지나 벤처 집적시설 입주 예정기업들의 입주 포기 또는 연기 사유가 경기침체와 내부 자금사정 악화뿐만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집적시설의 난립과 운영기관들의 부실한 운영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들이 특별한 지원대책 없이 ‘유치하고 보자’식의 무리한 욕심에 집적시설을 만들고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채우지 못한 시설이 많다는 것이다. 또 특별한 혜택이나 지원을 바라고 입주신청을 했다가 특별한 이점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어느 산업단지든 그곳에는 부품업체에서부터 세트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입주해 서로 연관관계를 맺고 공생하고 있다. 지방 첨단산업단지가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 그 산업단지는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되고 만다. 지역 산업 또한 붕괴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나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지역 첨단산업 육성은 물론 지방분권 및 지방화시대를 위한 첨단클러스터 조성에도 차질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첨단분야 기업조차도 첨단산업단지나 집적시설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존 첨단산업단지 운영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될 사안이라고 본다.

 최근 정부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그렇다. 생산과 연구 그리고 각종 기업지원 서비스 등이 어우러지고,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서로 연계되는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는 기존 산업단지나 집적시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산업단지나 집적시설 운영 방식으로서는 혁신클러스터화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는 정부가 물리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될 그런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혁신클러스터도 기업들의 혁신마인드에 달려 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이 산업단지에 입주해 혁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등 장애물을 정부가 걷어내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