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한 전국 130만 시청가구는 현재 MBC와 SBS, 지역민영방송 등 지상파TV를 볼 수가 없다. 또 iTV경인방송 역시 서울 등 iTV 권역밖에선 시청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내년부터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TV 권역별 재송신과 서울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iTV 역외재송신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정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허용을 결정하면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MBC·SBS 등 지상파TV를, 서울지역 케이블TV 가입자도 iTV를 볼 수 있게 된다. 시청자 입장에선 선택권이 커져 매우 긍정적인 채널정책이다.
그러나 지상파TV 재송신은 전체 방송산업에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치는 중대사안이다. 유료방송사의 가입 유치에 영향을 미치며, 지상파방송사의 광고시장에 지각변동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케이블TV·중앙지상파방송사·지역지상파방송사·지역민영방송사 등 기존 방송매체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중 첫 도입이 예상되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지상파TV 재송신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TV 재송신을 반대하는 매체는 SO와 지역지상파방송사였다. 이 중 지역지상파방송사는 방송권역 보호가 보장된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경쟁매체인 SO만이 극렬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에 재송신이 허용된다면 가입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대다수 케이블TV 가입자가 이동할 것으로 분석됐다. SO의 위기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또 방송·통신융합시장에서 SO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거대 통신사업자 KT가 스카이라이프의 최대주주여서 KT의 방송시장 장악도 우려스럽다.
서울지역 SO의 iTV 역외재송신은 지상파방송사 간 첨예한 대립구도를 만들었다. 방송권역을 통해 유지되는 지상파방송사의 원칙에 크게 위배된다는 점에서 iTV를 제외한 지상파방송사의 반발을 초래했다.
지상파방송사 회원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와 지역민영방송사 사장단이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또 서울지역이 방송권역인 MBC와 SBS가 방송시장 질서 파괴와 방송권역 혼란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지상파TV 재송신 정책방향은 이러한 갈등구조로 인해 지난 3년간 매듭을 짓지 못했다. 매체간 균형발전이 방송산업의 주요 정책목표 중 하나라는 점에서 방송위가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사안이었다. 방송위가 해결 의지를 보일 때마다 각 방송사의 강력한 반발로 결정이 좌절되곤 했다.
방송업계는 허용이든 불가든 방송위의 결정이 하루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에선 한 목소리다.
나아가 매체간 균형발전의 원칙인 공정경쟁이 이뤄지는 시장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송위의 역할이다.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이 원칙에 근거를 둔 정책 결정을 내린다면 2기 방송위의 큰 공적이 될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찬성]방송위원회의 조속한 정책 결정 필요-스카이라이프 대표 황규환
위성방송은 지상파방송·케이블방송을 잇는 방송 산업의 다음 주자다. 위성방송은 지상파방송이 가진 전파 도달의 한계성, 케이블방송이 가진 유선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차세대 방송산업으로 출발했다. 광역성과 동시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신제한시스템(CAS)을 통해 진정한 시청자 권익 증진과 방송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햇수로 4년째, 지상파 재송신 문제로 발목 잡힌 스카이라이프는 기업으로서도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방송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이 시청자 권익 보호, 매체간·지역간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방송위(안)에서 논의된 ‘권역별 재송신 2005년부터 실시’라는 부분은 늦은 감은 있지만, 정책의 진일보라고 생각한다. 이제 방송위는 정책 결정을 더 미루지 말고 실천해야 할 때다. 더불어 KBS 2TV는 전국을 동일 권역으로 하는 방송으로 시청자 권익, 지역경제 및 문화 발전과 관련해 분쟁의 소지가 없고, 해당 사업자간 합의를 통해 이미 방송위원회에 재송신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므로 조속한 심사와 승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반대]무료방송 유료전환이 시청자 권익 찾기인가?-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유삼렬
국내 유일의 전국 독점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지상파TV 동시 재전송을 추진하는 것은 통신시장의 강자인 KT와 방송시장의 강자인 지상파방송사들의 독과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서비스가 가속화한 이때에 결국 이들 두 사업자를 배려하는 정책으로 인해 독점사업자에 의한 시청자 권익찾기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해 스카이라이프가 단골 메뉴로 들고 나오는 ‘시청자 권익찾기’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이용한 지상파방송사의 시청자 권익은 유료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해야 할 몫이 아닌 지상파방송사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산간도서지역에는 예전처럼 지상파방송사가 직접 위성방송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중계기 설치 등을 통해 난시청 해소노력을 해야 할 일이다.
스카이라이프 등장 이후 기존 위성안테나를 통해 무료로 지상파방송을 시청하던 난시청가구는 최하 8000원의 월 수신료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무료방송이었던 것을 유료로 전환한 것이다. 이것이 시청자 권익찾기란 말인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지상파TV 재송신에 대한 매체별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