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현업에 있을 때 사람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올바른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끝나지 않은 일에 대한 예단은 금물이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현업에서 물러난 후 그 사람의 공과를 올바르고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의 개각이 임박했다. 이창동 장관도 노골적으로 “공익근무시간이 끝나간다”고 농담을 건 낼 정도다. 그는 참여정부 조각의 원년 멤버로 짧지 않은 공익근무 시간을 보냈다. 언론과의 첨예한 대립에서부터 스크린쿼터 문제 등 현안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산업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인근 부처와의 갈등도 빚었다. 한편에 선 문화예술인으로서 누구보다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찬사도 들렸다.
이젠 그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공이 많은지, 과가 많은지는 좀 더 두고 의견을 들어보아야 한다. 그러나 분명 한가지 아쉬운 점은 물 오를 대로 오른 시점에서 장관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 초 기자회견장에서 “나도 이제 관료다 다된 것 같다”는 우스개를 내놓을 정도로 그는 여유있어 보였다. 이후 참여정부 문화산업의 수장으로 10대 성장동력에 문화산업을 추가하는 ‘10+2’정책도 수립했다. 관료로서 담금질이 끝나갈 무렵 그는 자리를 내놓는다. 정말 아쉬운 일이다.
자연인으로서 이 장관은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들이 자기의 역할을 잘 해내면 돌아와서 설 자리가 없다. 축구황제 펠레가 그랬듯, 후보선수가 경기를 잘하면 주전 중 한 사람은 나가야 한다. 그가 정치라는 외도를 하는 사이 한국 영화계는 대박을 쏟아 냈고 스타감독들이 줄줄이 나왔다. 물론 이 장관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어떻든 개인으로서 대박과 스타의 대열에서 합류하지는 못했다. 영화계가 일반 회사와 같은 조직이 아닌데 주전과 후보가 따로 있지 않고 이탈이란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또 나가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분명 영화감독으로서 본업의 희생은 컸다.
그를 장관으로서 평가한다면 이 한가지는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로 콘텐츠를 인식시켜준 것 만큼은 빼먹지 말자. 나머지는 개인들의 생각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