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가 스위치 사업을 강화하면서 HP와 오랫동안 마케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시스코시스템스와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이더넷 스위치 시장에서 3%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해오던 HP가 시스코를 겨냥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양사간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시장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C넷이 보도했다.
지난 몇년간 HP의 스위치 제품인 ‘프로커브’는 시장 점유율이 아주 미미했다. 규모로만 보면 점유율 69.1%인 시스코와 비교대상이 결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5분기 동안 시스코가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데 반해 HP는 4분기 연속 두 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HP의 브라이스 클라크 전략기획 담당 이사는 “시스코와 경쟁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면서 “HP는 지난 3년간 네트워킹 장비 업체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의 조쉬 존슨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년 간 HP 프로커브의 성장 속도는 경쟁업체인 시스코, 노텔, 3콤, 엔터라시스 등을 앞섰다고 분석했다. 프로커브는 매출액 기준으로 작년 4분기 5위에서 올해 1분기에는 3위로 올라섰다.
HP의 최근 행보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HP의 스위치 사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스코와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HP는 이미 지난 8일 2800만달러에 고속 이더넷 스위치 기술 업체인 리버스톤 테크놀로지로 부터 관련 기술을 넘겨받았다. HP는 하이엔드 스위치의 경우 파운드리 네트웍스의 제품을 재판매 해왔는데, 앞으로는 리버스톤의 기술을 이용해 자체 개발한 신제품을 내놓고 시스코와 경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제품의 성능 개선 작업도 진행중에 있다.
제우스 케라발라 양키그룹 애널리스트는 “시스코는 수년간 라우터와 스위치 시장에서 맹주로 군림해왔지만, 이제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스코측은 HP의 움직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시스코 대변인은 “HP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스코와 파트너 관계에 있다”면서 “시스코의 많은 파트너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에선 얼마든지 HP와 경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P 역시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려는 눈치다. 존 맥휴 프로커브 담당 부사장은 “HP와 시스코가 목표로 하는 시장이 다르다”면서 “고객이 단순한 네트워크를 소유하거나 비용이 저렴한 솔루션을 찾고 있다면 HP가 적절한 선택이지만 복잡한 기능을 가진 솔루션을 찾는다면 HP 보다는 시스코가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