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말부터 외국인들의 강도 높은 순매수 행진으로 상승했던 국내 증시가 최근 2개월여 간 지루한 하락 조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 종합지수 1000선 돌파를 외치던 낙관론 분석가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순식간에 모두 비관론자들로 전향해 시장에서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1년여를 살펴보면 국내 주식시장에는 갖가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내 증시 사상 유례없는 25조원을 넘게 매수한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그것이요, 두번째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국내 우량기업의 주가가 새롭게 재평가됐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기업내용이 좋은 코스닥 일부 IT관련기업들의 화려한 주가 부활이다.
삼성전자는 매분기 실적을 사상 최고치로 갈아치우고 있다. 특화된 기술과 경쟁력으로 무장한 인터플렉스 등 코스닥 IT기업들은 지난 1년간 무려 수백%의 주가상승률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주가가 상승하고 좋은 실적을 나타내는 기업들은 단기적 주가의 등락과 관계없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주가는 기업 내용과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의해 결정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당국가와 기업이 커다란 리스크에 직면하지 않는 한, 그 기업이 지닌 가치는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는 외국인들의 가치투자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IT 산업흐름과 중장기 가치투자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 말부터 IT산업은 현재의 32비트 컴퓨팅 시대를 마감하고 64비트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적 반도체 회사인 AMD에서 ‘애슬론64’라는 64비트 중앙처리장치(CPU)를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이를 채택하는 회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인텔도 연말부터 64비트 프로세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XP의 64비트 버전 출시와 함께 차세대 OS인 코드명 ‘롱혼’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도래했는데 당시 인텔의 펜티엄 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 출시로 32비트 컴퓨팅 시대가 활짝 열렸다. 당시 기존의 컴퓨터에서 쓰이는 메모리는 원활한 작업 수행을 위해 용량을 증설해야 했고, 보다 빠른 처리를 위해 EDO라는 새로운 메모리가 쓰이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물론 이와 같은 반도체 산업호황에 실적호전이 최고치로 맞춰진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당연했다.
새롭게 열리는 64비트 컴퓨팅 환경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DDR메모리보다 더욱 빠른 ‘DDR 2’라는 새로운 메모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원활한 소프트웨어의 동작을 위해 현재보다 더욱 많은 메모리 증설을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에 권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000년 초부터 내리 침체를 걷던 IT 업황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는 변화가 서서히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낼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 투자에서 꾸준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에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매매를 주요 투자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제 그간 기술적 분석에 치중해 단기적 매매에 집착해온 구습, 구태에서 벗어나 기업의 내재가치를 살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동향을 분석하고 꼼꼼히 살펴 한발 멀리 내다보는 가치투자로 전환함으로써 성공투자에 다가설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다.
◆신동준 BIBR In 랩스 대표이사 goldenbat@bibrin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