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토 대개조’ 작업이 본격화될 모양이다. 정부가 초대형 국토개발 계획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최근 한달동안 발표된 것만 해도 두 손으로 헤아려야 할 정도로 많다. 공공기관 지방 분산이전 계획, 전국에 미니신도시 형태의 행정타운 건설,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조성, 기업주도형 신도시 건설, 신행정수도 후보지 발표에, 제1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까지 내놨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이제는 국토 균형발전 5개년 계획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마치 정부가 국토 탈바꿈시키기에 승부를 건 모습이다.
새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찬반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런 정부의 국토개발 발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일반인으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차분하게 정리해놓고 봐야 겨우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정부 발표 계획만으로 보면 우선 정부 산하 공공기관 200개가 옮겨가는 10개 광역시와 도마다 과천시 크기의 신도시를 1∼2곳씩 건설하고 전국 6개 공단을 중심으로 기업, 연구소, 대학, 금융 등이 한 덩어리를 이루는 혁신 클러스터(산업집적지역)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국 20여 곳에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기도 파주나 충청도 아산 인근에 기업도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신도시로 건설중인 곳도 여러 곳이다. 지자체별로 추진하거나 계획중인 신도시까지 고려하면 몇 년내는 그야말로 전 국토가 ‘신도시화’되는 모양새다.
물론 전국이 골고루 도시화돼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한다면 그것처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상생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균형’이고 지역간 균형 발전할 때 사회통합이란 난제도 해결되기 때문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국가가 지속적으로 이뤄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참여정부가 국정과제로 ‘국가 균형발전’을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거대한 국토 개조 계획만 발표됐을 뿐 정작 재원조달에 대해서는 현실성 있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뒤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정부 구상처럼 산업단지 중심으로 이것저것을 얼기설기 엮어놓는다고 산업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거대한 혁신 클러스터를 만들려면 세계를 주도할 만한 연구 및 산업 기반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만한 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곰곰이 따져보더라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이 고작이다. 물론 광주의 광산업 등은 ‘싹수’가 보이지만 하나의 클러스터로 자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대명제를 구현하기 위해 ‘국토 대개조’ 작업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건설될 클러스터형 미래 신도시가 단지 산업과 주거, 교육환경 등 안락한 물리적 공간만 고려되어선 안된다. 국가전략 산업을 강화하거나 이끌 수 있는 견인차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미래 신도시는 처음부터 광케이블 등 정보통신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텔레매틱스와 유비쿼터스 생활이 가능한 그야말로 정보화 도시로 개발되어야 한다. 클러스터 도시 건설이 20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산업도시에다 정보기술 개념이 접목된 형태로 미래형 도시를 개발할 때 우리나라가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시대로 옮겨가는 데 필요한 규모의 경제도 제공할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 IT산업 역량 강화와 함께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