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태그(RFID)산업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한 모임인 ‘RFID산업화협의회’가 창립 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RFID협의회가 사업의 무게 중심을 법·제도 정비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둔 것은 현재 정통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태그와 칩 국산화 기술 개발사업과 중복을 피하면서 RFID의 보급 확산과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RFID 시스템 시장의 규모는 2002년 현재 9억6000만달러로 태그·리더 등 하드웨어의 비중이 73%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오는 2010년께에는 100억달러 이상으로 시장이 팽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국·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마켓 수요 창출을 겨냥한 표준화 주도권 선점을 위해 오래 전부터 태그와 핵심 칩 개발은 물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서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발 빠르게 대처해 오고 있다. RFID 기술은 개방적인 환경에서 사용되는 특성을 가진 까닭에 태그와 리더 간 통신 규약과 식별 코드표준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EPC글로벌은 RFID 식별코드인 EPC(Electronic Product Code) 보급에 나섰고, 일본의 경우도 작년부터 유비쿼터스ID센터를 중심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킹의 기반이 되는 관련기술 개발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선진국들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그동안 우리는 RFID 사업 방향마저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다소 뒤늦긴 했지만 정통부가 시범서비스를 통해 RFID시장 활성화에 나선 일이다. 뒤를 이어 과기부와 산자부도 나름대로 사업 구체화에 나서는 등 올해 들어 정부와 기업들이 하나 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칩과 태그 국산화에서부터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아우르는, 국가적 차원에서 RFID산업을 육성하려면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 따라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개별 기업들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일본도 정부와 산업계 공동으로 5000만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도 더 늦기 전에 핵심 기술 개발과 시장육성을 위한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유비쿼터스 시대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전략적인 RFID 식별자와 표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늦출 경우엔 세계 물류관리 서비스 시장에서 뒷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응용범위가 넓고 주파수 배분 등 여러 가지의 난제를 안고 있는 RFID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 RFID협의회의 공식 출범은 민·관·산 공조를 통한 협력과 정보공유체제 구축에 따른 시너지의 극대화로 RFID사업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데 큰 기대를 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