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중국 4자 성어가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란 의미다. 이 말을 요즘 우리 기업 현실에 비춰 보면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벤처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
벤처기업과 일반기업의 차이는 자본금 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비용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100만원 벌어서 100만원을 미래를 위한 상품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쓰는 기업이 바로 벤처기업이다. 로또보다 확률이 약간 나을 정도로 매우 드물게 성공하는 벤처기업이 나오기는 하지만, 자생해 자립하는 벤처기업보다는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또는 중소 일반기업과 연합된 형태로 모습을 바꿔가는 벤처기업이 일반적이다.
이런 형태의 조합은 당사자 서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의 축소와 미래발전 가능성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주체들 간의 힘의 균형은 시소처럼 유동적이다. 전체적으로 아직까지는 일방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누군가 ‘미래는 콘텐츠를 가진 자가 승자’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 콘텐츠를 그대로 해석하면 ‘특이하거나 기발한 무언가’라고 생각된다. 돈이나 경험만으로 꼭 되는 것이 아닌 ‘끼’ 같은 것이다. 이런 끼는 대체로 말도 안 되는 투자를 하고 있는 벤처기업을 통해서 얻는 것이 확률적 접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래는 콘텐츠를 가진 벤처 기업이 ‘승자’라는 것이다. 현재 점차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업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성공까지의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벤처기업인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부분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와 비교한다면 잘 나타날 것이다. 실로 광속을 넘어선 수준이다. 더욱이 엔씨소프트가 매력적인 것은 계속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그랬듯이 향후 우리를 먹여 살리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좀 전에 언급했듯이 혼자 독자생존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대기업이나 일반기업에서 벤처투자를 확대해 윈윈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요즘처럼 갈수록 투자가 줄고 부채비율 축소라는 IMF의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우리 기업 현실에서는 언감생심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용기가 필요하다. 각 경제주체와 정부 모두가 벤처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높은 실업률과 가계대출 부실 증가 그리고 자산가치의 붕괴 조짐에서 헤어나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통한 경기 진작이 좋은 방법이다.
다음으로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효율이 떨어지는 벤처투자나 지원은 다음 세대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예컨대 ‘벤처는 우리기업의 미래다’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통한 인식변화와 누구나 쉽게 엔젤이 되어 참여할 수 있는 손쉬운 지원제도의 정착,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수익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코스닥이나 장외시장을 정비하고 리딩그룹을 중심으로 중복투자를 회피하며, 건전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구체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좋은 방안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조해야 할 것은 이런 제도들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며, 각 주체별로 서로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아량도 필요하다.
투자·연구·개발·성장·반성 그리고 다시 투자. 이러한 선순환의 사이클상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반기업과 벤처기업, 정부와 민간기업, 투자자와 개발주체가 모두 발전적인 미래를 향해가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 지금은 좀더 노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서민교 에스알온라인 사장 president@sr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