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벤처기업의 젖줄로 불려 온 코스닥시장이 1일 개장 8주년을 맞았다. 지난 96년 343개 기업으로 시작된 후 지금은 880개가 넘는 기업의 주식이 거래되는 코스닥. 최근 해외 조사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스닥은 지난해 전세계 신시장 중 미국 나스닥을 제치고 유동성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짧은 연차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신시장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여덟 살배기 코스닥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게 보이지 않는다. 좋게 말해 신시장이지 여의도 증권가에서 코스닥 전문 애널리스트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아직은 거래소 뒤에 있는 ‘2류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등록기업수도 3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3분의 1은 진작에 퇴출당했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있는 걸 보면 질적 성장을 논하기에도 요원한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 한 채 값 수준인 4억원에 등록기업의 경영권이 넘어가기도 했으며 잊을 만하면 대표이사 횡령 고발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코스닥을 30여년 역사의 거래소·나스닥과 동일한 잣대를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어린이에게 서른 살 어른과 같은 수준의 행동을 바라기 힘든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시점에서 아쉬운 점은 코스닥이 한두 해 경험을 쌓으며 완성된 시장으로 자리잡기를 여유있게 기다려줄 투자자는 없다는 것이다. 10∼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코스닥이 나스닥보다 더 성공적인 신시장으로 성장한다 하더라도 ‘2004년의 기업과 투자자’에겐 ‘2004년의 코스닥’이 더 중요하다.
다행히 등록·퇴출요건이 강화되고 코스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달하는 등 2004년, 여덟 살배기 코스닥도 긍정적인 면이 없진 않다.
연말이면 증권거래소·코스닥·선물거래소가 통합된다. 코스닥이 삼성전자 같은 IT 대형주가 버티는 거래소시장, 과거 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꿈꾼 것 못지 않은 대박을 안겨줄 수 있는 선물시장 등 두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앞으로도 계속 IT 벤처기업의 젖줄 역할을 충실히 해내주기를 기대한다. ‘해피버스데이, 코스닥.’
경제과학부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