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IMF때보다 생활하기가 더 어렵다고들 한다. 반도체, 휴대폰 등 수출이 잘되는 몇몇 품목을 제외하고는 IMF때보다 좋아진 것이 별로 없다. 실업자도 그때만큼 증가했고, 가계 부채도 늘어나 기를 펴고 사는 국민이 별로 없는 듯하다. 게다가 중소·벤처기업은 붕괴되어 가고 있고, 투자 및 내수 시장은 거의 동면 상태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벤처기업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40억∼50억원을 호가하던 코스닥 등록 기업도 요즘은 4억원 정도면 인수가 가능하다. 그래서 코스닥 시장을 쳐다보는 투자자들의 눈이 곱지 않다. 벤처 상태를 벗어난 중소기업체들도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홀로서기를 못하고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 기업으로 전락했다. 대기업들이 인건비나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중소 하청기업들에 떠맡겨 중소기업은 더욱 메말라 간다고 아우성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들이 불만이지만 이런 상황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방안 가운데 가장 적절한 것이 벤처산업의 육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선 청·장년은 물론 노년층까지도 일단 희망을 갖게 한다. 벤처가 활성화하면 실업자도 줄게 된다. 벤처산업 육성책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IMF탈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정책이었다. 일부 부작용을 갖고 벤처기업 전부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해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야한다. 이런 때에 벤처캐피털들까지도 벤처기업을 멀리하고 안정된 중소·중견기업으로 투자 방향을 돌리게 하려는 법을 만들려고 한다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대학 교수와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학내, 원내 창업을 다시 독려해야 한다. 그래서 원천기술이 사업화되도록 도와야 우리의 앞날이 밝다. 요즘 창업 교수들을 백안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창업의 기를 꺾어서는 안될 것이다.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려면 연구사업을 따와야 하지만 연구사업이 항상 있는 게 아니다. 연구비를 모아두고 싶어도 연구비 정산 원칙에 따라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구 사업이 없을 때를 대비하는 연구 행정의 경직성이 문제를 일으키게 한다. 그만큼 창업 교수들의 연구 행정의 어려움도 풀어주어야 한다. 직장 내 창업은 직장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르는 사람이 초기에 투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창업 후에도 직장에서의 기술적 행정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벤처기업은 연구 투자를 계속하기 어렵다. 때문에 출연연이나 대학에서 정부 출연금으로 연구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벤처기업이 산다. 또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도록 장려해야한다. 이를 위해 학내 창업 지원제도를 재점검해서 잘못된 점을 고치고, 활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했던 점들은 보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벤처산업 육성으로 부강해진 나라로 이스라엘을 꼽을 수 있다. 이 나라는 대학에 자회사를 설치하여 대학에서 나온 특허를 사업화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대학 전체 R&D 투자액의 30% 가량을 자회사에서 충당하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이 회사들은 교수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 마케팅, 회계, 경영 노하우를 지원하며 수시로 교수들의 연구실을 드나들면서 사업성이 있는 기술을 찾을 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고 사업성이 있는 연구가 되도록 연구 목표나 내용을 조정해주기도 한다. 대학병원 근처에는 바이오파크가 조성되어 의사들까지 창업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시 주창했던 것이 과학기술 중심사회와 동북아 경제중심시대 구축이다. 요즘 이 두 가지 항목이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10대 신성장동력이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구축하는 데에는 과기부 장관의 부총리로 승격, 과학기술자 국회로 보내기 등이 모두 다 필요하지만 범국가적으로 원천기술 중심의 벤처산업 육성과 과학기술자 우대, 그리고 연구행정의 규제 혁신이 근본적이라고 생각된다. 국가의 밝은 앞날을 위해 벤처 육성을 통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상이 다시 펼쳐지길 기대한다.
◇오길록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초빙교수 groh@i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