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는 넘쳐 나는데 신형 반도체 공장의 가동률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
반도체경기 호황 속에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앞다퉈 증설하는 최신 300mm 팹의 가동률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실리콘스트래티지스가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올들어 PC와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특수를 업고 몰려드는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거의 24시간 공장을 돌리는 실정이다.지난 5월 집계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가동률은 99.7%에 달했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최신 보고서에서 현재 반도체업계의 주력생산시설인 300mm팹의 경우 생산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분주한 외형과 달리 실제 가동률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의 렌 젤리넥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300mm팹은 당초 설계했던 생산라인의 55%만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반도체업체가 생산설비를 제때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또 많은 반도체업체들이 300mm 팹 건물을 짓는데 주력하면서도 정작 반도체 공장을 돌릴 설비도입은 그리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공장건물만 지어놓고 값비싼 핵심장비는 투자대비 수익성을 고려해 천천히 도입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업체들이 지난 2000∼2003년까지 최장의 반도체 불황을 겪으면서 새로운 설비 확장에 훨씬 조심스워졌다고 평가한다. 당시 반도체 업체들은 인터넷 붐을 타고 닥치는 대로 생산설비를 늘렸고 지난 2000년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는 731억달러로 최고기록을 갱신했다.이러한 과잉투자는 사상 유래없는 반도체 불황으로 이어졌다.
렌 젤리넥 애널리스트는 “일부 반도체의 공급이 모자라지만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가 올해나 내년에 급증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설비도입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300mm 팹의 장비도입률이 내년말에는 67%, 2006년에는 85%까지 올라가 200mm에서 300mm로 라인전환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의 성장세가 24.4%에 달하고 내년은 11.8%, 2006년은 0.1%로 잠시 둔화됐다가 2007년은 다시 9.2%로 성장속도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