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쉬운 방송위의 소신

방송위원회 출범이 4년, 제2기 방송위 출범이 1년 지났다. 방송위는 정권의 압력이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행정·규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이례적으로 국가 독립행정기관의 성격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최근 방송위 행보를 보면 과연 소신있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는지 회의의 목소리가 높다. 탄핵방송에 관한 심의 과정과 신행정수도 이전 계획, 지상파TV 재송신 관련 채널정책 등에 대한 방송위의 업무진행 행태나 결정 사항들을 보면 왜 이렇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지 이해가 간다.

 방송위는 대통령 탄핵방송의 공정성 심의에 대해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유례없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몇달 간 우리 사회를 극단적 대립 구도로 치닫게 하며 혼란을 야기해 놓고 정작 방송위가 책임을 회피하며 뒤로 물러선 셈이다. 왜 이런 결론이라면 진작 내리지 못하고 예산을 써가며 외부 보고서 용역까지 맡겨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는지 의문스럽다.

 방송위는 또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수용해 이전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의 고려사항이 규제 대상인 방송사업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방송위는 국회와 정부부처의 이전에 따른 연관업무 수행의 불편을 고려했다. 특히 국회 이전시 국회보고와 예결산, 법률안 심사 등의 업무 영향을 검토했다며, 지난해에만 31회 국회에 출석한 것을 예로 들었다. 스스로 주 업무가 국회 출석인지 방송사업자 규제인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방송위에 따르면 방송사업자 및 시설의 90% 이상이 서울에 밀집해 있다.

 지난 3년간 매듭짓지 못한 지상파TV 재송신 문제도 그렇다. 방송위가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소식은 어떤 방향이든 간에 지금까지 기다려 온 방송사업자들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방송위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사업자 의견 청취와 공청회 개최 이후에 논의하겠다며 또 다시 결정을 미뤘다. 방송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상파TV 재송신이 얼마나 오랜 기간 끌어온 해묵은 논쟁이며, 그동안 이해관계자들의 수많은 의견을 들었고 관련 단체들의 성명서, 방송위원 간의 토론진행이 있었는지 안다.

 임기가 3년인 방송위원들보다 오랫동안 방송위 업무를 맡아온 사무처 직원들조차 공청회가 형식적·의례적 진행절차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왜 방송사업자들이 이에 대해 불만을 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