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시가 2년여 동안 준비해 온 신교통시스템이 전격 도입됐다. 결과는 마비였다. 지하철이며 버스며 온통 수라장이 됐다. 지하철·버스에선 교통카드 단말기가 며칠째 마비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중앙에서 모두 내보내다 보니 과부하가 걸려 시스템이 멈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새로 버스 중앙차선제가 시행된 구간은 밤늦게까지 교통지옥을 방불케 했다. 버스노선, 번호판 등은 모두 논리적으로 연구해서 결정했다고 하지만 정작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기존에는 한 번 정도 갈아타던 노선을 서너 번씩 갈아 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젊은 사람들도 버스체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보면 연세 드신 어른들은 아예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할 생각을 버리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수 개월 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해 온 ‘7월 1일부터 버스가 빨라집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해진다.
서울시 교통혁신 사업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신교통시스템 시행의 전체적인 구상은 좋았다고 치자. 일단 성공한 선진국의 형태를 따왔고 그동안 버스사업자들의 성역과도 같던 버스노선을 총체적으로 뜯어 고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니 말이다. 이명박 시장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강행했기 때문에 곳곳에서 문제점이 터져 나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더욱이 교통전문가들이나 전자화폐 업계가 시행 이전부터 줄기차게 문제점을 지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고 ‘7월 1일’이라는 날짜에 맞춰 강행한 것이다.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이는 어찌 보면 서울시 교통체계의 개혁이라는 큰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정도 불편쯤은 그냥 감수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서울시 측은 교통 특성상 계속 운행돼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지만 새벽에 테스트하거나 샘플링 검사를 할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이야 되겠지만 서울시민은 서울시 ‘신고통시스템’의 모르모트 신세가 된 건 확실한 것 같다. 경제과학부 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