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개성공단과 SW산업

지난 2002년 9월 경의선 철도연결 착공식, 2003년 6월 현대아산의 개성공업지구 착공식, 그리고 올 6월 30일 개성공단 시범단지가 준공됨으로써 개성에 대한 기업과 인반인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총 부지면적 2000만평에 공단 850만평, 기존 시가지를 포함한 배후 도시 1150만평으로 계획된 개성공단은 남북한은 물론, 외국과의 경제교류와 협력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현대아산에서 계획하고 있는 유치업종을 살펴보면 1단계로 노동집약적 업종·일반경공업을, 2단계는 기술집약적 업종·내륙형 중공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는 국내에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 유치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첨단 정보기술(IT) 관련 분야는 10년 이후에나 산업단지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이 나름대로 시뮬레이션하면서 고심 끝에 만든 청사진이라 타당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테크 투자업체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배려도 깔려 있겠지만 IT분야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하고 제조업 위주의 획일적인 정책을 세운 게 아닌가 싶어 IT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제언을 하고 싶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개성공단에 소프트웨어 산업단지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IT산업,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지 않아도 창의력과 컴퓨터만 있으면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북한의 우수한 개발자들을 흡수하여 남북한 협업 모델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남북한은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까닭에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무척 매력을 느끼고 있다. 굳이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이나 인도에 투자하는 것보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북한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북한 개발자들의 인건비가 싸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산업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IT 업체들은 고임금 저생산성의 굴레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안고 세계 무대에 뛰어들어 다른 나라 업체들과 경쟁해봤자 승산이 없는 것은 뻔한 이치다. 따라서 북한의 IT 전문인력을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한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례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도인 기술자를 채용해 미국인 채용 때보다 30∼50% 정도 임금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셋째는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이 하드웨어 개발 수준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에 출간된 ‘북한의 정보통신기술’이라는 책을 살펴보면, 북한은 두뇌와 창조력만 있으면 가능한 분야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꼽고 있으며 북한의 컴퓨터 해킹 능력은 미국 중앙정보국 수준에 도달할 정도라고 한다. 또한 조선과학원, 조선콤퓨터쎈터, 평양프로그람쎈터, 김일성종합대학 등에서 끊임없이 우수한 IT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남북한 협업 모델은, 초기에 저임금 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 작업에 집중하고 다방면의 노하우를 축적한 뒤 연구개발 투자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형태로 추진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인도의 저임금, 영어구사력, 풍부한 IT 인력을 기반으로 협업 모델이 된 것처럼, 우리도 개성공단의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구축을 통해 독자적인 남북한 협업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현대아산의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강태헌 케이컴스 대표이사 thkang@unisq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