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3사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내수 불황에 고심중이다. 업계가 마련한 단기 처방은 우선 아테네 올림픽을 겨냥한 디지털 TV, 여름철 무더위를 겨냥한 에어컨 판매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업계의 중기 계획은 이른바 웰빙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 상반기 일부 호조를 보인 웰빙 제품군을 하반기 더욱 세분화해 고소득 계층을 파고 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잘먹고 잘산다’는 의미의 웰빙제품이 내수경기 침체를 얼마나 끌어올리지는 미지수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드럼세탁기, 프로젝션 TV, PDP TV 등 소위 웰빙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이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내수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진작책은 어림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부 가전업체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속대리점 경쟁력 강화 등 유통망 정립도 시도하고 있지만 진시황의 불로초만큼이나 요원하다.
학계에서도 업계가 선택한 웰빙 제품은 내수경기를 진작시킨다기보다 소비자 층을 부유층과 저소득층으로 세분화시켜 그 한쪽 부문에만 집중하는 극약 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특정 계층에 집중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정책은 단기적인 매출 향상 효과는 가져올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게 주된 시각이다. 주기적으로 침체와 일시적 호황을 거듭하는 W형 경기구조 속에서 웰빙 마케팅은 단기적 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일 뿐이지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노력은 눈물겹다. 아테네 올림픽과 추계 혼수 시즌을 통한 판매 진작은 물론 기존 고객관계관리(CRM) DB에 기초한 상권 단위의 판촉 활동 및 DM , e메일 발송 등을 시도하고 있다.
얼마전 정부는 전경련 회장단을 불러 경기 진작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IMF 구제금융당시 우리경제를 살린 내수 소비 진작책이었다. 그러나 내수소비가 얼어 붙은 현재 가전업계의 단기 처방만으로 경기를 되살리기는 어렵다. 그것은 유통망 회복이나 신제품 개발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병행돼야만 넘을 수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