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이오칩 진단 시대 개막

 국내 바이오벤처업체가 개발한 질병진단용 DNA칩이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품목허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DNA칩 1호로 품목허가를 받을 제품은 바이오메드랩과 마이진 등 2개 바이오벤처기업이 개발한 자궁경부암 진단 칩으로 혈액이나 타액 한 방울로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 여부를 판단해 단 몇 분 만에 암 판정을 할 수 있는 첨단 바이오칩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의 품목허가는 임상실험 등 전문의약품 기준에 맞는 안전성·유효성 검사는 물론 품질관리를 비롯한 제품의 제조와 관련된 엄격한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다. 또 이 품목허가를 받아야만 시중에 의약품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품목허가는 그간 병·의원에 연구용으로만 공급되던 DNA칩을 실제 진단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DNA칩을 질병 진단에 사용하는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DNA칩에 대한 품목허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약사의 새로운 기록임에 틀림없다. 그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가 사례를 토대로 국내 판매 허가를 내주던 것을 감안하면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앞서 DNA칩을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품목허가는 국내 바이오칩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품목 허가에 적용된 DNA칩 평가 가이드라인이 미국 FDA의 의약품 평가 가이드라인 기준에 맞춘 것이어서 전세계 첨단 생명공학 제품 평가기준 마련에 표준으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높다. 특히 이로 인해 그동안 허가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에 숨통을 트여줄 뿐만 아니라 세계 진단용 DNA칩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공학 기술, 특히 IT와 BT 융합기술의 산업화 성공여부는 기초과학, 기술실용화, 안전성평가 분야 전반에 걸친 종합적 경쟁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제품화에 필수적인 안전성 평가기술에 대한 경쟁력이 없을 경우 바이오칩 시장 선점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만큼 이번 진단용 DNA칩 품목허가와 관련해 마련된 평가 가이드라인은 우리나라 생명공학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DNA칩을 비롯한 바이오칩의 전세계 시장은 지난 2000년 5억달러에서 올해 33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급팽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특히 바이오칩 기술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고 단백질칩, 랩온어칩, 나노바이오센서 등 신개념 의약품·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을 계기로 생명공학 의약품의 개발속도에 맞춰 적합한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우리나라가 생명공학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바이오벤처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시 시험 부담과 임상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이 DNA칩 등 첨단 생명공학 제품을 신뢰하고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병진단용 DNA칩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병·의원에서 이를 믿고 사용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연구용에 지나지 않는다. 철저한 임상실험을 거친 만큼 개방적인 자세로 실제 진단에 사용하고 바른 처방을 내릴 때 우리나라 바이오칩 기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