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30만원에 육박하는 과도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 (KTF, LG텔레콤)
“영업정지를 고려해 제조업체들과 대리점들이 재고 모델을 마구 밀어내고 있다” (SK텔레콤)
공짜 휴대폰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양방향 번호이동성제가 과열되면서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 유통상가에는 번호이동이 처음 시작된 지난 1월처럼 ‘공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가시적인 원인은 이통사들이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지급하는 과도한 리베이트. 이 돈이 결국 고객 모집 현장에서는 공짜 단말기로 둔갑한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 상황은 좀 달라졌다. 영업정지가 내려지면서 재고물량을 걱정하는 제조사들이 직접 보조금 지급에 동참한 것. 여기에 일선 대리점 역시 고객유지관리 수수료라도 확보하겠다며 가입자 쟁탈전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나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정책이 무색해진데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투자 계획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왜곡된 시장구조 때문에 대미 무역 적조는 늘어가고 장롱폰만 쌓여간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KTF, 공짜폰 공방전=양방향 번호이동성제 시행 엿새 동안 KTF에서 SK텔레콤으로 옮겨간 고객이 8만명에 육박했다. 1일 평균 1만3000여명이다. 지난 1월 SK텔레콤에서 KTF와 LG텔레콤 2개사로 이동한 고객이 1일 평균 1만명이 안 됐던 것보다 훨씬 많다.
KTF는 이에 대해 “SK텔레콤이 각종 보조금 항목을 모두 활용해 가입자당 20만∼27만원의 리베이트가 지급돼 공짜폰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제조사를 통해 단말기를 개통할 때마다 2만∼11만원의 추가 보조금이 지원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지난 6월 모집한 예약가입자 15만명을 처리하는 과정인데다 일부 공짜폰을 내건 대리점은 전산차단 등 강력한 조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이번 공짜폰의 등장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는 제조사들이 재고물량을 고려해 대량구매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직접 판매장려금을 주면서 이것이 보조금처럼 쓰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1차 번호이동성제과 달리, 공짜폰에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주체 세력들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말기업체, 대리점 할 말 있다=제조사들은 제조사대로 불만이다. 상반기에는 신규 수요가 폭증했지만 영업정지 때문에 상당한 재고 물량이 예상된다는 것. 이 때문에 자금 회전 등을 위해 재고가 예상되는 모델들은 치고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단말기제조업체 관계자는 “대리점을 격려하기 위한 자금은 일상적으로 줘 왔다”면서 “대형 발주를 내는 대리점들에는 영업적인 측면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장려금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단말기업체 관계자는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가입자 모집 경쟁의 와중에 무리하게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단말기 공급업체로서는 이 같은 요구를 외면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통신사업자들의 번호이동성 가입자 유치 경쟁의 불똥이 제조업체로 튀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대리점들은 대리점대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객유지 수수료라도 받아야 매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 더욱이 휴가철 등 비수기를 맞으면서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없고 무인점포와 기업체 단체납품 등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수요만 실적으로 집계된다는게 대리점업계의 볼멘소리다.
◇장롱폰 늘고, 보조금 금지 정책 무색=결국 이 과정에서 시장상황은 더욱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정지와 클린마케팅 의지를 천명했음에도 불구, 막상 경쟁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단말기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한 관련 법에 대한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법을 안 지킨다고 법을 없앨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시장감시를 최대한 확대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형사고발조치도 고려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지연·김익종기자@전자신문, jyjung·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