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게임을 가르치라는 말씀이신가요? 절대 안됩니다.”(A 초등학교 교장)
“게임 자체가 아니라,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취재하겠다는 것입니다.”(기자)
“학부모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게임입니다. 왜 하필 게임과 관련돼서 우리학교 이름이 나가야 하나요?”(A 초등학교 교장)
기자는 얼마전 서울 근교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결국 취재를 거부 당했다. 본지와 문화관광부가 공동기획한 ‘게임도 교육이다’ 시리즈 취재를 위해서였다. 이 시리즈는 게임에 대한 인식전환과 업계 스스로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취재 주제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건전 게임문화 교육사례를 찾는 것’이었다. 실제 수업 광경을 스케치하고 아이들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들어 볼 참이었다. 물론 사례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 와중에 건전 게임문화 관련 지도방안을 연구했던 한 초등학교 교사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정규수업은 아니지만 재량수업을 통해 관련 수업을 진행한다면 건전한 게임교육의 모범 사례로도 좋을 듯 했다. 담당교사는 물론 교감도 흔쾌히 취재를 승낙했다.
그러나 교장의 생각은 달랐다. 마치 80년대 금기시됐던 오락실게임인 양 학교에서 게임을 가르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식이었다. 특히 언론매체에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는 과민 반응을 보였다. 물론 학교 책임자이다보니 보다 민감할 수 밖에 없었을 터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참 설득 후에 교장은 취재 의의에 대해 “공감이 간다”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게임은 청소년 주류 문화임은 물론 국가 주요 산업으로도 대우받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인식은 아직도 차갑다. 현 교육과정에서 게임관련 윤리교육도 전무하다. 정보화 윤리교육이라고 있지만 전체 교과과정의 2% 내외에 불과하다. 초·중학생 게임 이용률은 96%(2003년도 대한민국게임백서)라는 수치와 대조적이다. 게임업계와 정부 관련단체들의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반성할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웠다.
디지털문화부·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