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화 사업자들이 와이파이 장비 보급을 무기로 케이블 사업자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7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 지역 전화 사업자들은 와이파이를 전면에 내세워 케이블 사업자로부터 디지털가입자회선(DSL) 고객을 빼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와 벨 사우스는 신규 DSL 가입자에게 무료로 와이파이 라우터를 주고 있으며,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는 와이파이 기능을 내장한 DSL 모뎀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SBC 커뮤니케이션스도 70만명의 자사 서비스 가입 고객들에게 와이파이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지역 전화 사업자들이 케이블 사업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케이블 사업자가 전화 사업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 수년간 전화 사업자들은 전화선을 통한 인터넷 보급에 집중해왔는데, 이 때문에 DSL 보급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다. 반면 위성TV와의 경쟁으로 위기감을 느낀 케이블 사업자들은 초고속 인터넷을 신규 사업분야로 선정해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전화 사업자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DSL 사용료 인하에 나서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전화 사업자들이 선택한 가격정책은 확실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적을 봐도 전화회사들은 전년 동기보다 배 이상 늘어난 116만8000명의 신규 DSL 가입자를 확보한 반면 케이블 업체들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한 114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전화 사업자들은 단순히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목표에 만족하지 않고 케이블 사업자들을 가정에서 퇴출시킴으로써 더 이상 인터넷 전화(VoIP) 사업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좀 더 원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기존 전화보다 훨씬 저렴한 VoIP 서비스는 전화사업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VoIP 서비스를 위해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 때문에 전화 사업자들에게는 케이블 업체와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 경쟁이 단순한 점유율 확보의 의미를 넘어서, 미래의 전화시장을 누가 선점하는가의 의미가 있다. 전화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핵심사업이 음성 전화에서 네트워크 사업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릭 레이브 버라이존 대변인은 “버라이존의 미래 핵심사업은 브로드밴드”라고 말했다. 그는 버라이존은 라우터를 판매할 때는 약간의 이익이 있었지만, 지금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라우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파이 구축은 부가 서비스 제공의 측면을 넘어 해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브로드밴드 제공업체들은 까다로운 와이파이 구축 절차로 인해 무선 홈 네트워크를 구축한 고객들의 인터넷 서비스 해지율이 일반 인터넷 가입자의 해지율 보다 낮다고 밝혔다. 케이블 사업자인 콕스 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무선 네트워크 장비를 구입한 고객의 해지율은 일반 가입자 해지율 36%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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