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얼마 전 신문에서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급성장한 일본의 B2B시장이 너무나도 부럽고 우리 현실이 안타까웠다.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관련업체를 4년 동안 운영하면서 지금은 은행 빚 독촉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00년 마치 꿈의 상거래시장으로 여겨지며 너도 나도 진출했던 국내 B2B시장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업체만이 겨우 연명하는 죽은 시장이 됐다. 일부 대기업들과 협력사들의 내부자 전자상거래만이 판을 치고 있다.

 생산 및 소비적인 측면에서 B2B가 단연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 기업들은 좀처럼 기존 거래처를 끊고 B2B로 전환하기를 꺼린다. 구매 담당자들은 “모든 거래 내역이 다 공개되는 B2B가 싫다”고 말한다. 회사 사장들은 “B2B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있는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까지의 거래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존 거래처와의 오랜 관계, 관행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암묵적인 세금 포탈,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매년 1.5배 이상씩 성장한다는 일본 B2B시장의 동력은 아무래도 ‘거래의 투명성’ ‘사회 전반의 정직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이라고 기존 구매부서가 없겠는가. 당장은 생소하지만 거래를 하면서 얻는 유무형의 경제 효과에 주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가 e재팬 계획을 통해 지난 2003년까지 70조엔대의 전자상거래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도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율(가구당) 70% 이상을 자랑하는 정보통신 초강국이라고 자랑한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정비하는 이유는 이를 통한 활발한 경제 활동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인프라는 훌륭한데 활용하지 않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수도, 가스, 전기 공사는 전혀 하지 않고 집만 지어놓는다고 사람이 살 수 있는가. 지금의 한국 전자상거래 현실이 그 상황이다.

 B2B 거래는 기업들의 구매혁신에서 시작된다. 기존 거래처와의 낡은 고리를 과감히 타파할 수 있는 용기가 첫 발이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B2B 거래가 상거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 각 기관들이 B2B 거래를 한다고 기업이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거래 전반적인 투명성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들어야 할 것이다. 내가 살자고 이런 말을 늘어놓는 것은 결코 아니다. B2B가 향후 세계 경제활동의 대세라는 일반적인 인식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김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