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7일 정보통신 사업 진출 10주년을 기념해 정보통신 전문 그룹의 비전을 발표한 배경에 주위의 관심이 쏠린다. 비록 정보통신 부문이 SK그룹의 확고한 주력사업이어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 건 사실이지만, SK텔레콤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미래 주력 사업으로 선언하고 나선데는 또 다른 함의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SK글로벌 사태와 소버린과의 경영권 공방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SK그룹이 향후 SK(주)·SK텔레콤 등 양대 주력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과 최태원 회장의 경영복귀를 앞두고 사전정지 작업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점치고 있다.
7일 SK그룹은 ‘12년간 준비해 10년만에 국가 대표산업 성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년간 국가 정보통신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그룹의 공로는 자평하면서, 서비스·장비·콘텐츠 등 3대 분야를 정보통신 플랫폼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동안 SK텔레콤 또는 그 자회사인 SK텔레텍·SK커뮤니케이션즈가 챙겨왔던 서비스·장비·콘텐츠 분야와 해외사업을 그룹 차원의 수종사업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협력사 공동 R&D 프로그램이나 신규사업부문, 인공지능형 정보통신 개발팀(TF) 모두 현재 SK텔레콤의 일개 내부 조직에 불과하지만 그룹 차원의 위상을 부여했다. SK그룹 스스로가 향후 3∼4년간 10조원 이상을 사실상 SK텔레콤과 그 자회사들에 ‘올인’하겠다는 뜻으로, 최 회장이 줄곧 의지를 보여왔던 정보통신 중심그룹의 비전과도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SK텔레콤은 물론 이동전화 단말기 분야의 SK텔레텍, 유무선 인터넷 및 콘텐츠 분야의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자회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본격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보통신에 대한 SK그룹의 이례적인 의지표명에는 최 회장의 경영복귀 및 그룹 지배구조 재편논의와도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SK글로벌 사태이후 최근 SKC 최신원 회장과 SK케미컬 최창원 부사장 등 오너 일가의 역할분담론이 수면 아래에서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아가 SK그룹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최태원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격인 SK(주)와 SK텔레콤을 관장하며 정보통신 전문그룹으로 경영복귀 수순을 밟는 한편, 화학·생명공학 등 비주력 계열사들은 나머지 일가들에 넘기는 구도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SK그룹 입장에서는 지난해 소버린 사태이후 지배구조문제가 여전히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최 회장 경영복귀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가장 큰 내부 과제”라며 “타 그룹들의 전례에 비춰볼때 오너 일가들의 지분 정리작업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