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하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내다보는 경기전망은 여전히 그리 밝지 않다. 내수와 투자부진의 늪이 깊고 수출 역시 그리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민심도 가라앉을 만큼 가라앉은 상태다. 멀리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제를 보더라도 전쟁과 테러보복으로 아마도 가장 위험하고 불안한 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싶다.
벤처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 동안 전체수출과 고용시장에서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는 등 국가경제에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경영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또한 코스닥 및 벤처캐피털 등 자금시장의 급랭으로 자금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재경부에서 벤처창업 및 연기금 등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령과 세제지원 등 벤처기업 활성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정부가 중앙 집중적 벤처지원정책으로 일관해 온 것이 오히려 벤처기업 스스로 기술혁신과 경영실적보다는 코스닥 등록 및 증자를 통한 자본이득의 추구에 치중하게 만들었다. 특히 벤처기업 선정과 관리 및 지원에 있어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부분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본이득을 노리는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에 각종 지원을 실시하고, 기술개발과 상품화를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벤처인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벤처정신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무실 간이 침낭에서 새우잠을 자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 새워 연구개발에 매달렸던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시절 벤처열풍이 계속되다 보니 흐름에 휩쓸려 재벌을 비판하고 나섰으면서도 스스로 재벌의 행태를 따라하지 않았는지, 또 연구개발보다 머니게임에 더 집중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런 반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자기혁신에 주력한다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벤처인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또한 정부는 벤처기업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지원정책의 차별화된 수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차별화된 정책은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그 역할을 수행해야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각 지방의 유리한 조건을 가진 특화산업이 지역적 토대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고, 이러한 환경은 벤처기업이 제품개발에서 생산, 판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벤처기업의 지방화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벤처업계에 아직 희망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곁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이 경쟁자로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가질 수 없는 벤처기업 특유의 모험성과 신속성을 무기로 사업을 벌여나간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벤처기업들은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외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 기술이전교류가 활성화되고, 기업경쟁력 활성화방안으로서의 M&A에 대한 수요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국내에서 국제 비즈니스 간, 대기업에서 벤처기업 간, 수도권에서 지방 간 균형발전이 가능해지고 벤처업계의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산업자원부와 전경련이 공동으로 개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전략 보고회’를 통해 기업과 정부와 국민이 상생하는 뉴딜 프로젝트21을 발표했다. 이 행사는 대통령이 직접 중소기업 및 대기업 대표와 간담회를 갖는 등 일련의 경제회복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개최된 것이었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발표한 향후 3∼4년 간의 투자전략을 보면서 실행계획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으로서 벤처기업과의 상생전략 역시 가시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원석 기술거래소 사장-지역균형발전 한 축으로서의 벤처기업의 미래wsyon@ktt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