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의 IT839전략은 산업계에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축을 담당한 민간기업들이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분석과 실천방안을 추가해야 합니다.”
변재일 의원(56·열린우리당)은 정통부 차관 출신. 지난 16대 국회 과기정위 피감기관석에 앉아 답변하던 위치에서 17대엔 의원석으로 옮겨 앉았다. 사안들의 현실과 배경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정책 전반에 대한 분석력이 눈에 띄었다. “민간사업자들은 이익이 보장돼야만 움직입니다. IT839전략으로 사업자들이 움직이게 하려면 세부적인 부분을 좀 더 조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각각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도 좀 더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주도의 IT산업 발전 정책 환경변화에 따른 대안을 묻자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집어들었다. 시장이 강력한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내용의 저서 ‘역사의 종언’을 썼던 후쿠야마 프랜시스가 종전의 이론을 수정, 강력한 국가만이 현재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허약한 국가는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특히 통신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은 정부가 뒷짐을 지면 시장실패가 너무 큽니다.” 정통부의 시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는 “정통부에서 더는 거론하지 않는 3강 정책에 대해 다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2개 사업자의 독과점 구조가 유지되면 소비자의 편익을 보장하기 위해 오히려 국가의 규제가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고도 정보통신서비스 도입도 지연돼 국가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업자들을 위해서도, 경쟁을 통한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3강 정책은 아직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대해 각각 나뉜 정책 및 규제기구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방법론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오랜 기간을 끌어온 디지털TV 전송방식 논쟁도 이젠 끝내고 내수 진작의 활로로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
변 의원은 국가혁신체제(NIS) 구축과 과기부의 R&D예산 통합조정 업무 수행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나 여러 난제를 풀어낼 것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R&D자금 집행의 평가에 대해서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제재에 동의하지 않거나, 평가자의 전문성이 떨어져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연구자가 차별화된 연구과제라고 주장하는 사안들이 실제로 서로 다른 것인지, 중복되는 것인지 판별해내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죠.”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논의를 계기로 풀어낼 것을 기대했다. 그는 “NIS를 정립, 과학기술위원회 내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통해 무엇보다 부처 간 중복투자·중복개발 등을 해결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 의원은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활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원 중 한 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통부 차관이었기에 누구보다 현안을 깊숙히 파악하고 있는 동시에 정통부의 실책이 ‘남의 탓’만은 아닌 터라 발언 수위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80년 국방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국무총리실을 거쳐 98년 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 2001년 기획관리실장, 2003년 차관을 역임했다. 논리적이고 순발력이 강한 스타일.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