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지속돼온 지상파DTV 전송방식 논란이 끝났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정통부·방송위·KBS·언론노조가 기존 미국방식 고수와 지상파DMB 상용화, DVB-H 도입 검토 등에 합의했다. 결론적으로 DVB-H 도입 검토를 제외하면 변한 게 없다. 4개 기관 대표는 전송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관련 기술 및 산업 발전에 기여했으며, 사회적 합의을 통해 정부 정책을 결정했다고 자평하면서 합의에 대해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질질 끌어온 소모적 논쟁과 7개월 간의 디지털 전환일정 중단, 사회적 갈등 야기 등에 대한 사과나 해명은 전혀 없다.
전송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관련 기술 및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직폭력배가 활개를 치는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자구책으로 자위단을 구성하거나 체력을 길러 막았다고 치자. 조폭이 주민의 국민건강 증진과 마을의 자체 방위력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적 합의에 큰 의미가 있다면 국가기술표준 채택 주체인 정통부는 왜 그동안 사회적 합의없이 결정했으며, 지금까지 논란을 방치했는지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먼저다.
언론노조는 별도의 발표문을 통해 “합의문에 사회·경제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방송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적시했다”며, “문제제기는 타당했고 언론노조의 주장이 옳았지만 정책의 변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히고 방식변경이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안하면 시기가 너무 늦었음을 시인했다. 본지는 유럽방식 기술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방식을 변경하기에는 너무 늦었음을 2년 전부터 보도해왔다. 언론노조만이 별도의 해명과 입장을 발표했지만 그동안의 소모적 논란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가기간방송임을 강조하는 KBS도 논란과 합의결과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방송계는 KBS가 합의에 이른 게 지상파DMB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사익과 공익사이에서 갈등의 모습을 보여온 KBS도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일정을 중단한 방송위는 브리핑을 통해 경제적 피해가 더 적다는 분석이 나와 방식 고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실시한 MBC의 비교시험 결과 재검증을 통해 충분히 기술적 비교 분석이 가능해 추가 비교시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디지털 전환일정까지 중단하며 비교시험 실시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방송위가 진작에 사회적 갈등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