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방송품질 개선에 신경을…

지상파 디지털TV(DTV) 전송방식을 둘러싸고 지난 4년 간 지루하게 벌여온 논쟁이 마침내 결말 났다. 무엇보다 방송계가 논쟁의 초점이었던 고정식 전송방식으로 기존에 국가 표준으로 정한 미국 방식(ATSC 8-VSB)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만약 방송계가 고집해 자칫 전송방식이 바뀌기라도 했다면 또 새로운 평행선을 긋는 논쟁이 지루하게 지속됐을 것이고 이로 인해 산업체와 국민이 겪게 될 많은 피해와 혼란 등 최악의 사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 ‘DTV 비교시험 추진 4인 위원회’에서 이동수신 방식에 DVB-H방식을 하나 더 도입하는 것으로 DTV 전송방식 논쟁이 타결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그동안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던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 일정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등 DTV와 관련된 방송정책의 불확실성이 일시에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8월 말로 다가온 광역시에서의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빨라지고 지상파를 이용한 휴대이동방송을 조속히 도입하기 위한 방송정책 수립도 본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그간 불확실성으로 미뤄왔던 전자업체들의 DTV와 관련된 투자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DTV 수상기 구매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침체된 내수경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본에 앞서고 있는 우리의 DTV 관련 기술이 더욱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4인 위원회의 합의 도출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잃은 것도 있지만 많은 성과도 거뒀다. 무엇보다 이번 문제제기는 방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국민적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 방송사, 수신기제조업체 등 여러 형태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정책결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계와 정보통신부가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적인 공방으로 허비하면서 전송방식 결정 지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너무나 컸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해단체의 전송방식에 대한 기술적 우열 논쟁 제기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디지털 전환일정 중단 등 국가 방송정책에 큰 차질을 빚게 했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 단체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또 전송방식 변경시 우려되는 경제적 피해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단순한 목소리로 방송정책 변경 의지를 보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기관도 분명 반성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4인 위원회 합의대로 디지털방송서비스의 확대와 품질 개선을 차질없이 진행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유익한 프로그램을 최고의 화질로 서비스받을 수 있도록 방송기술 개발과 함께 다양한 지상파 프로그램 제공업체 육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에 이동수신용으로 도입키로 한 DVB-H방식이 아직 개발 완료되지 않은데다 우리나라 휴대폰업체와 경쟁하는 노키아가 주도해 만드는 규격이어서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 이에 대한 4인 위원회의 빠른 해결도 요구된다. 그래야만 DTV전송방식 논쟁이 종식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