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업책임자 변경 유감

 부서장이 바뀌면 과제 책임자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이 같은 지론을 고집이라도 하듯 정보통신부를 상대로 집요하게 로비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정통부가 내놓은 ‘사업책임자 교체 불가’라는 입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우직한’ 모습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ETRI는 올해 초 부서장급 인사의 신규발령을 내면서 정통부에 14개 신성장동력 사업 과제 책임자의 변경을 요구했다. 기존의 부서장이나 기타 사업책임자가 맡고 있던 과제는 새로운 부서장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통부에 요청한 것. 그리고 몇몇 사업 책임자는 정통부로부터 승인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ETRI는 나머지 못 바꾼 사업책임자 변경에 미련을 갖는 등 여전히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관행’이라는 행태가 숨어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 보자는 논리다. 보직을 연구보다 더 중히 여기는 풍토를 만들어 가는 데 일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ETRI 일부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장동력 사업의 협약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사업책임자가 수시로 변경될 경우 나중에 과제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데다 중간에 바통을 이어받은 과제 책임자는 상대적으로 책임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경우라면 사업책임자 변경은 불가라는 것이 최종 입장이다.

 출연연 관계자들도 새로운 사업 책임자가 올 경우 사업 방향의 조정으로 오히려 연구진행이 후퇴할 수도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ETRI의 일부 연구소는 일부 사업 책임자를 놓고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다. 성장동력 사업 지연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나중에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궁금하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