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이 종식되면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입 여부가 새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와 국회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 과학기술정책위원회에서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제도에 대한 개편작업을 방통 구조개편위원회를 통해 검토하고 하반기부터 통신망의 방송전송 허용이 가능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주축으로 통신업체들의 방송 진출 허용에 대한 대정부 건의를 추진중이어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통신, 방송진출 허용해야=통신사업자들의 방송 진출의 물꼬를 튼 것은 위성DMB다. SK텔레콤은 티유미디어라는 별도 법인을 통해 휴대폰으로 위성방송까지 제공할 수 있는 통·방 융합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하지만 위성DMB는 신규 서비스이며 통신사업자의 방송서비스는 원천 봉쇄돼 있다.
사정이 이러한 데 최근 KT,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 통신사업자들이 방송 진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종합유선방송업체(SO)들이 케이블(HFC)망을 통해 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을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어서다.
통신사업자들은 초고속인터넷망을 활용해 TV방송, IP멀티캐스팅 등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른 한켠에선 디지털방송 전환이 필요한 SO와 협력해 DMC사업도 검토중이다.
◇제도 마련은 요원=그러나 정부의 통·방 융합 노력은 원점에서 맴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신규 서비스에 대한 인가과 규제만을 전담할 관련 법을 마련하자는 의견이었으나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에 가려 한치도 나가지 못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주축이 돼 만들기로 했던 통방융합위원회도 밑그림조차 만들어지지 못했다.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매듭을 제대로 짓고 새로운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융합서비스에만 국한해서라도 정부가 통합 규제 및 육성을 책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융합서비스 규제를 둘러싼 방송위와 정통부의 신경전까지 겹쳐 논의 자체가 진전하지 않는다.
최근 한·영 통신포럼에 참석한 영국 통방규제위원회 오프컴 관계자는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을 이끌어가려면 규제기관부터 바뀌어야한다”면서 “최소의 규제가 최선이지만 미리 연구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규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시장이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방송계의 반발이 가장 큰 변수=무엇보다 방송계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방송계는 통신사업자가 들어오면 기득권을 송두리째 빼앗길까 걱정한다. 방송위 역시 통신사업자의 진출을 원천 봉쇄하려는 방송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정통부는 통신사업자의 방송 진출 요구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방송위에 비해 정책 수단이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KT는 초고속인터넷의 보편적서비스 확대와 난시청 해소를 한꺼번에 해결하자며 IPTV 농어촌 보급 계획을 마련했다. 우회적인 방송 진입 장벽 허물기 시도인 셈이다. 본지 7월 8일 6면 참조
과기정위 소속 변재일 의원은 “통신사업자를 달래고 정보격차 해소를 줄이는 대안으로 농촌지역에 한해 IPTV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신과 방송의 영역 구분이 점차 사라지며 방송 자체도 통신과 마찬가지로 미디어산업화한 상황에서 방송위나 문광위 역시 통신사업자의 방송 진출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대제 장관은 “케이블방송업체는 인터넷 통신사업을 하지만 통신업체는 방송을 보낼 수 없어 이의를 제기한 기업이 있다”면서 “방송은 윤리성, 공익성이 중요하고 통신은 보고 싶을 때 보는 VOD의 성격이 강한 만큼 규제도 다르게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통신사업자도 통신요금 빌링을 통해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진 장관의 지적이다.
신화수·정지연기자@전자신문, hsshin·jyjung@
사진; 부천에 사는 한 이용자가 데이콤 인터넷전화 부가서비스인 영상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KT는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통해 주문형동영상(VoD), IP멀티캐스팅 등 다양한 통·방 융합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