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보조기기 보급 범부처 협력을

얼마 전 국내에서도 ‘정보통신 보조기기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정부가 정보격차해소 전담기관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을 통해 장애인 및 노인을 위한 정보 보조기기를 한 자리에 망라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았다. 우선 전시회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할 이용자들이 보다 많이 참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앞섰다. 현실적으로 국내 다수의 장애인들은 정보통신 보조기기 제품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수학교나 복지관을 이용하는 일부 장애인들은 교육을 통해 보조기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경험할 기회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성격의 전시회는 제품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장애를 지닌 사용자들의 이용 사례를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함께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콘퍼런스도 동시에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의 정보통신 보조기기는 일반 제품과 달리 각각의 장애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지원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각 장애인은 대부분 점자를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부 시각 장애인만이 점자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점자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정보나 문화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문화 미디어는 음성, 묵자(인쇄매체), 점자 순으로 점차 음성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점점 다양해지는 녹음 자료와 컴퓨터 음성지원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점자도서관이 40여 곳에 달한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점자 도서를 배포하는 점자 도서관은 몇 안 된다. 대부분 녹음도서나 디스켓 도서로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실정에 비춰볼 때 시각장애인의 정보·문화 향유를 위한 컴퓨터와 인터넷은 매우 중요하다.

 청각 장애인들도 키보드를 익히는 것이 수화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의사소통 기술이다. 컴퓨터를 잘 이용한다면 의사소통이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청각 장애인들은 인터넷을 의사소통과 정보교환, 정보획득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향후 많은 청각장애인에게 인터넷 환경에 대한 특화된 정보화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정보통신 보조기기 제품이 외국의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교육전문가들은 대부분 국내시장이 없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국내시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도구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필요로 하는 인구가 무려 5만여 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 같은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일부 학교나 교육·연구기관 등에서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또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정보통신 분야로 한정짓고 정통부에서 보급하려는 것도 문제다.

 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적극 나서야 하며 보건복지부는 이를 필요한 이들에게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에, 노동부는 직업재활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산자부도 기업이 제품을 상용화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부처의 협력이 이뤄질 때 정보통신 보조기기의 실질적인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동찬 사회정보통신연구원장 netos@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