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골프와 경제

 한국 여성 골퍼들이 미국 LPGA투어 상금 순위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이 일본인들 눈에도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보다 LPGA 진출 역사가 빠르겠지만 일본 선수들이 우리 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인 입장에선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니다.

 최근 일본 신문에 난 ‘한국 여자 골프, 강세의 비밀’이란 제하의 기사는 일본인들이 우리 여성 골퍼들의 활약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우선 한국의 골프 대회는 규모가 작아 역량 있는 골퍼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으며 선수뿐 아니라 전가족이 함께 뛰는 ‘패밀리 비즈니스’ 성격이 강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일본 여성 골퍼들이 자기가 벌어 자기가 쓴다는 직업여성(OL) 의식이 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영재 교육시스템도 연구 대상이다. 한국 여성 프로 골프대회에는 10여명의 아마추어 선수가 예선을 통과해 프로 선수와 같이 뛰는데 어린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익히는 좋은 기회라는 것. 또 일본의 골퍼들이 소극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데 비해 한국 선수들은 매우 공격적이란 분석이다.

 어디 골프뿐이랴. 일본 아줌마 부대의 ‘욘사마’ 열풍, 신세대 가수 보아의 활약, ‘태극기 휘날리며’ 를 비롯한 한국 영화의 흥행 등 기분 좋은 소식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기분좋은 얘기는 여기까지다. 경제 문제로 눈을 돌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의 덫에 걸려 ‘더블 딥(이중 침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복합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단칸지수가 20년래 최고치를 경신한 것을 비롯, 소비 심리·공장가동률 등 각종 지표가 꿈틀대고 있다. 소위 ‘3종의 신기(神器)’로 불리는 평판TV·DVD리코더·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들의 호조 덕분에 일본 경제에는 부활의 서곡이 울리고 있다. 얼마전 마쓰시타전기의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삼성전자를 대단한 강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기반기술에선 일본 디지털 가전 업체들이 몇 단계 위에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인들이 우리 여성 골퍼들을 바라보듯 한국 경제와 기업을 바라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