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라디오로 각광받는 DAB(디지털 라디오)수신기의 주고객층은 차량 운전자가 아니라 부엌에서 음악을 즐기는 주부들이라고 EE타임스가 보도했다.
DAB는 난청지역에서도 100개가 넘는 음악채널 수신이 가능하고 주파수 자동추적, 데이터 통신 등 기존 라디오의 한계를 넘어선 다양한 첨단기능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DAB가 주로 이동이 잦은 차량환경에서 라디오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그러나 지난 98년 유럽에서 자체 DAB규격(유레카―147)의 디지털 라디오방송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판매된 DAB수신기는 대부분 가정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DAB포럼의 영국책임자 레베카 도르타는 “연말까지 영국시장에 보급될 디지털 라디오 100만대 중에서 차량용 제품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는 가정용 제품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은 자동차업계가 DAB기술에 늦게 반응한 반면 일반고객들은 깨끗한 수신감도와 세분화된 채널 선택권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높은 가격과 기술적 안정성을 이유로 DAB의 차량옵션 채택을 꺼리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아무런 불만없이 사용해온 차량용 라디오를 대당 500∼600달러까지 들이면서 디지털 라디오로 서둘러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중론이다.
레베카 도르타는 “지난 90년대 초반 DAB를 처음 개발할 때는 누구나 자동차시장이 DAB의 최대수요처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주부층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패턴은 미국, 아시아시장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