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국책 정보통신기술개발 과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이의 상용화는 극히 저조하다고 한다. 특히 40여 건에 달하는 국책 장애인용 정보통신기술개발 과제 중 상용화가 확인된 것은 겨우 3건에 불과하다니 성과면에서 보면 낙제점이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정작 국책 정보통신기술개발 과제의 성과가 이처럼 지지부진하다면 예산 낭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국책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도록 해야 할 일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경우 지난 95년부터 8년 동안 ‘시각 장애인용 인터넷 사용도구 및 웹사이트 개발’ 등 모두 40여 건의 과제를 정보통신 선도기반기술개발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했으나 이 중 정상적으로 사업이 완료된 것은 30여 건이었다. 또 상용화한 기술은 고작 3건에 불과했다. 장애인용 웹사이트, 인터페이스, 화면키보드, 원격교육용 시스템 등의 기술은 거의 상용화를 하지 못했다. 지난 2000년 이후 국책 연구개발 지원사업인 시·청각 장애인 포털, 점자단말기 및 웹브라우저 등은 개발 여부조차 확인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과제 수행 중소기업들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기술의 상용화에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사실 과제를 수행한 기업들이 거의 중소 규모여서 자금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무리를 해 상용화해도 판매가 되지 않는다면 기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사후에 이들에 대한 매출관리까지 해 줄 조건이나 체계가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현실이 이렇다고 장애인을 비롯한 정보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국책 정보통신기술개발 사업을 현행대로 계속 할 수는 없다. 그대로 두면 국책 과제의 성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기업들에 과제를 주고 기술을 개발했으면 최대한 이를 상용화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 못하면 정부나 장애인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 장애인들은 필요한 제품을 싸게 시중에서 구입하기 어렵게 된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장애인용 제품은 대다수 외산이거나 고가라고 한다.
우리의 정보 인프라 및 정보화 수준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디지털 강국으로 세계의 정보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보화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바로 지역간, 계층간의 정보 격차다. 따라서 기업이 개발과제를 상용화한 제품에 한해 정부가 최대한 공공기관에서 일괄 구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기업들도 개발과제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제 수행 기업에 대한 철저한 사전·사후관리로 애써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화 격차 해소는 인권과 평등의 문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정보격차 해소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들이 제대로 정보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용 IT개발과제의 상용화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