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와 정보화 신도시 사업

어느덧 초고속 인터넷 1등 국가, 인터넷 보급률 1등, 인구대비 네티즌 1등.

 정치·사회·경제에 인터넷 영향이 가장 큰 나라라는 많은 말들이 이제는 더 이상 놀라움이나 자랑스럽게 여겨지지 않은 말로 변했다. 정보통신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가슴 뿌듯한 느낌을 주던 시절이 불과 1∼2 년 사이에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우리 현실은 그리 밝지마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층은 무분별한 저질 상업 문화에 노출되고 있고 성인층에서의 채팅 문화는 가정 파괴와 도덕적 붕괴로 연결되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물론 인터넷 뱅킹, 전자 상거래에 의한 사회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고 온라인 학습에 의한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받는 통신 사업자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부재로 고민하고 있고 희망과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포털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기업들은 비용 증가와 확실한 수익원 부재에 의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벤처붐을 일으키며 IT 기술 일등 국가를 꿈꾸던 벤처기업은 핵심 기술 부재와 사회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남기지 못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몇 대기업의 선전이 오늘을 받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제는 인터넷 1등 국가라는 꿈에서 깨어나 새롭게 제2 IT 분야의 신화를 창출하기 위하여 노력할 때인 것 같다. 어제의 경험은 보다 성숙한 사회로의 귀중한 학습이어야 한다. 사회에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생활의 편리성과 유익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획일적인 벤처 육성보다는 기술을 갖고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벤처가 스스로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활동할 수 있는 텃밭을 가꾸어야 할 때다. 그리고 정치적·제도적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통신 사업가에게도 시장 원리에 따른 새로운 활력을 넣어야 할 때다.

 이러한 준비는 다행스럽게도 정부 내에서 많은 논의와 노력에 따라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T839 정책에서 말하듯 8대 신규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 동력은 누가 보아도 새로운 희망과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정부 지원과 계획 하에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기업이 맡은 분야에서 많은 기술적 발전을 이루고 일부분은 산업 생산 전단계에 이른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정작 기술과 서비스가 적용될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데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많은 IT 사업자는 명확한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더 많은 기술 투자와 시설 투자에 주저하고 있고 이는 IT 발전에 가장 큰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IT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이 상품으로 연결되고 상품이 시장에서 소비되고 소비가 새로운 기술을 유도하는 새로운 선순환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오늘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를 풀 수 있는 장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로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신도시 개발에 정보화 옷을 입히는 정보화 신도시 사업을 제안하고자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새로운 도시 건설을 위하여 많은 노력과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보다 살기 좋고 편리한 도시 건설을 위하여 정보화 도시, u시티 등을 구축하고자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에 정보통신, IT 분야의 종사자들이 기여해야 한다. 도시 계획 초기 단계에서 같이 합심해 새로운 IT 도시 건설을 위하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러한 사업은 중앙 정부에게는 새로운 국가 산업을 이끄는 정책 실현 기회를, 지방 정부에는 지역 편차를 줄이고 생활 환경이 개선된 생활과 산업 도시 건설 기회를, 주민에게는 편리하고 살기 좋은 생활 터전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모두가 공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관련 부처간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들이 산재해 있다. 정통부, 건교부, 문광부 등 법·제도적 문제의 해결이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의 도약을 위하여 넘을 수 있고 넘어야 할 산이라 생각된다. 어느 부처가 보다 많은 주도권을 갖는가, 누가 기득권을 잃을 것인가가 아니라 생각의 중심을 국가와 국민에게 어떠한 희망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쉽게 해결되리라 본다.

 이제는 인터넷 보급률 1등 국가가 아니라 정보통신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모범국가, IT 기술이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고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나라, 외국에서 진정 정책과 기술과 문화를 배우고 싶은 나라로 대우받는 날을 위하여 합심하여 노력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박진식 KT 정보화신도시 사업 협력단 국장 jinpark@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