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있다.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배보다 배꼽이 크면 구매하기까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살 수밖에 없다. 이른바 독점의 폐해다.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엄청난 변화를 시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를 단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지 7월 12일 1면 참조).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파워포인트를 단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외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시장에서만큼은 사무용 소프트웨어 묶음인 오피스에 포함해 판매해왔다. 오피스의 가격이 60만원대, 파워포인트의 단품판매가가 30만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국내 사용자들은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거의 배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해온 셈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독점에서 생긴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 같은 판매정책의 변화에는 배경이 있다. 국산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이 출시돼 독점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워드프로세서나 표계산프로그램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은 경쟁제품이 있을 경우에는 상당히 탄력적이다. 오히려 경쟁제품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초기에는 더욱 공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일단 파워포인트가 단품으로 판매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가격 또한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 세계에서 워드프로세서인 마이크로워드가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는 곳이 경쟁제품이 있는 한국이라는 사실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배보다 배꼽이 크면 왜 배꼽이 크냐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소프트웨어시장은 배보다 배꼽이 커도 아무런 항의를 하지 못했다. 그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제품을 구매해왔다. 왜 다국적기업과 경쟁하는 국산제품을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답안을 마이크로소프트가 행동으로 직접 보여준 셈이다.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