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 세상을 바꾼다](4)DTV, 100배 즐기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민용씨가 보유한 디지털기기

 디지털TV를 구입할 때 과거에는 SD(표준화질)급을 살 것이냐, HD(고화질)를 살 것이냐를 고민했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게 HD급으로 옮겨갔다.

 다음 고민은 디지털방송 수신기(셋톱박스)가 내장된 일체형이냐, 아니면 별도의 셋톱박스를 연결해야 하는 분리형이냐의 문제. 분리형은 추후에 셋톱박스를 구입해 연결하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디지털레디TV’라고도 한다.

 일체형이 분리형보다 20만∼30만원 정도 비싸지만 방송방식이 확정된 만큼 나중에 따로 구입하기 보다는 한번에 일체형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들도 올해부터는 일체형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분리형 TV를 갖고 있는 소비자라면 셋톱박스를 구입해야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다. 셋톱박스는 40만∼100만원 정도다. 스카이라이프 수신여부, DVD 녹화기능 지원 등에 따라 가격차가 난다.

 디지털 TV는 디스플레이 방식에 따라 브라운관, 프로젝션, LCD, PDP TV 등 다양하다. 친숙한 브라운관 방식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장점. 29인치부터 34인치대 제품이 주종이다. 가격은 HD급 기준으로 29인치가 70만원대부터, 32인치가 130만원대부터다.

 프로젝션 TV는 40인치대부터 60인치대까지가 주종이다. 일반 CRT프로젝션은 40인치가 200만원 내외로 두께가 두껍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게 단점이다. 화질은 PDP급이면서 가격은 절반∼3분의2 가량인 LCD프로젝션 및 DLP프로젝션은 400만원대, 50인치가 400만∼500만원대다.

 PDP TV는 42인치 일체형이 900만원대, 50인치 일체형이 1000만원대이지만 최근 LG전자는 아테네 올림픽을 겨냥해 42인치 일체형 500만원. 50인치는 7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LCD TV는 삼성전자 기준으로 46인치가 1200만원대, 40인치가 800만원대, 32인치가 360만원대. 20인치가 130만원대다.

 DTV구입시 가격 뿐 아니라 시청 공간도 중요한 고려요인이다. 중소형 20∼30평형대 아파트라면 30인치대 브라운관 TV도 괜찮다. 브라운관TV는 크기는 36인치까지가 한계지만 화질은 어떤 종류의 디스플레이보다 우수하다. 대형 아파트의 경우는 40인치 이상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눈의 피로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오디오나 DVD 플레이어, PC와 연결할 생각이라면 연결 단자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과거에는 화면 비율 16대9, 4대3 지원 제품이 함께 나와 소비자들이 고민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16대9가 주종이다. 미국식 디지털 방송 규격도 16대 9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DTV 100배 즐기기

 조만간 디지털TV는 과거 바보상자의 오명을 벗고 엔터테인먼트, 금융, 상거래, 정보습득까지 가능한 첨단 기기로서 위용을 드러낼 전망이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몇가지 ‘디지털’의 특성을 활용하는 기기로 그칠 수밖에 없다. 바보상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천재’도 아니다. DTV를 어떻게 즐기는가, DTV를 어떤 천재로 만드는가는 전적으로 소비자 머리에 달렸다. 국내 최대의 AV동호회인 AV코리아(http://www.avkorea.co.kr)에서 각종 디지털기기 리뷰를 담당하고 있는 정민용씨(이엠비프로덕션 대표·39)가 어떻게 DTV를 활용하는지 들여다봤다.

 △좋은 프로그램은 깨끗한 화질로 녹화해 두자=얼마전 KBS1 TV ‘열린음악회’는 70∼80년대에 활동했던 추억의 밴드들이 한자리에서 공연한 7080을 위한 콘서트를 방영했다. 30∼40대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민용씨는 이 프로그램을 녹화해 두고 가끔씩 꺼내본다.

 HD 방송은 어떻게 녹화하는 게 효과적일까. D-VHS라는 기기를 이용하면 간단하다. D-VHS는 디지털방송을 디지털을 지원하는 테이프에 녹화해 주는 기기다. IEEE1394(i-Link)를 지원하는 셋톱박스와 연결하면 녹화해 영구 보관할 수 있다. 정민용씨는 열린음악회뿐 아니라 MBC 수요예술무대, SBS ‘자연으로 돌아간 가슴반달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HD급으로 소장하고 있다.

 D-VHS 테이프는 개당 2만5000∼3만원 정도지만, 개당 2000∼2500원짜리 SVHS 테이프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D-VHS 기기는 국내에 JVC와 파나소닉 제품이 나와 있다. 가격대는 80만∼100만원대. D-VHS는 반드시 i-Link를 지원하는 셋톱박스와 연결해야만 사용 가능하다. 이를 지원하는 셋톱박스는 LG전자, 삼성전자, 매크로영상기술 등에서 판매한다.

 △PC와의 연결이 자유자재=디지털TV와 PC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다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서로 전송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선 분리형 TV를 보유하고 셋톱박스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PC수신카드로 수신한 방송을 바로 TV로 전송해 HD급 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커넥터로 연결해야 한다. 또 PC에 HD수신카드를 장착하면 PC모니터로 HD방송을 보고 HDD에 저장도 가능하다. D-VHS가 영구보관에 필요하다면 HDD는 일시적으로 저장했다 지우고를 반복하는 데 좋다.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녹화한 영상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다. 요즘은 셋톱박스에 HDD를 내장한 PVR도 많이 나와 있다. LG전자, 디지털앤디지털 등 여러 업체가 판매중이다.

 △설치가 제대로 됐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같은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방송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설치가 잘 됐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유선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일반 주택이라면 옥상의 안테나(UHF)를 지역별 송신탑을 향해 둬야 한다. 서울의 경우 관악산이나 남산쪽으로 맞춰준다. 이 때 방향을 맞춘 후 약 10초간은 정지한 상태에서 신호가 맞는지 확인해야 정확한 수신 여부를 알 수 있다. 만일 안테나와 송신탑 사이에 장애물이 있다면 신호가 반사해 오는 방향을 찾아 맞춰주면 된다. 유선방송에 가입한 소비자라면 안테나와 방송 컨버터, 그리고 셋톱박스 등을 연결해 주면 된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내린 프로그램 다시 보기

 그동안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각 방송국들이 많은 고화질 방송을 제작해 방영했다. 그중에는 기념비적인 ‘명작’ 드라마와 대형 다큐멘터리도 공중파를 탔으나 아직까지 많은 시청자들은 ‘HD방송’이라는 문자가 새겨진 고화질 화면을 뿌연 아날로그 TV로 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DTV가 보편화되면서 일반 서민들도 ‘명품 화면’을 즐길 수 있게 됐으며 지난 명작들도 고화질 재방송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고화질 애호가들이 꼽는 명작들을 다시 한번 느껴보자.

 

 만약, 당신이 아날로그TV로 ‘다모’의 결투신을 봤다면 진정한 ‘다모폐인’이 될 수 없다. 빼곡하게 들어선 대나무 밭에서 벌어지는 혈투나 수만 개 분홍색 꽃잎이 흩날리는 숲 속의 대결을 DVD 화질의 HD화면으로 감상한다면 희대의 고화질 드라마인 다모가 왜 그렇게 많은 폐인을 만들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땀방울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여주인공의 애절한 눈길마저 완전히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탄자니아 국립공원 세렝게티에서 200만 마리의 누우떼가 물살을 가르며 강을 건너가는 장관이 전해오는 전율을 온몸으로 느껴봤는가. MBC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HD 자연다큐멘터리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의 백미 중 하나인 그 장면은 DTV로 시청할 때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사자가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장면에서는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대한∼민국’이 온 나라에 퍼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붉은악마들이 펼친 ‘붉은 파도’에 휩쓸려 보고 싶지 않은가. 또, 안정환 선수가 결승 헤딩골을 성공시키고 키스한 반지를 뚜렷하게 다시 확인하고 싶다면 당장 DTV 판매점을 찾아라.

 HD 영상과 5.1채널의 서라운드 오디오까지 함께 즐겨보고 싶다면 한국방송(KBS)이 공사창립 30주년 기념으로 국내 방송 최초로 고화질과 5.1채널 사운드로 제작한 ‘향기로운 우물이야기’를 찾아보자. 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생생한 파도소리와 함께 감상할 때 진정한 디지털의 혁명을 가정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