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격변기를 맞아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 소니가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에만 반도체, LCD 패널 등 디지털부품에 4100억엔을 집중 투자한다. 투자액 규모로만 보면 일본내 전자업계 중에서 단연 톱이다. 이제 소니의 숙제는 이러한 거액 투자를 어떻게 ‘부활’로 이어갈까 하는 점이다.
소니의 차세대 기기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구다라기 겐(53) 그룹 부사장 겸 SCE 사장은 “‘압도적인 첨단 기술과 매력적인 소프트웨어(SW)’에 의한 경쟁력 회복”을 부활 시나리오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LCD 투자와 함께 최정예 기술자를 한데 모아 전사적인 기술전략을 짜는 ‘기술전략회의’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미국 하이테크업계도 주목하고 있는 ‘셀’ 등 기간 부품을 엮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제품과 사용방법 등을 제시한다면 소니는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소니 차세대 전략’을 소개한다.
-반도체투자액은 전년도부터 3년간 5000억엔에 달한다. 왜 이렇게 엄청나게 투자하나.
▲소니는 반도체로부터 시작한 회사다. 스스로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라디오도 만들었다. 제품을 작게 하거나 TV화면을 크게 하면 매력적으로 바뀌지만 그것만으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술의 변화가 큰 기본 부분을 바꿔야한다. 그래서 고속처리가 필요한 디지털가전용으로서 IBM, 도시바 등과 고성능 반도체 ‘셀’을 개발 중이다.
-지금은 반도체 강화책이 최우선 과제인가.
▲디자인, 브랜드로 승부하는 완제품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이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2∼3년 내로 반도체 사업을 세계 6∼7위 규모로 끌어올려 고수익을 내고 싶다. 지금도 디지털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고체촬상소자(CCD)의 이익률은 높다. 세계적으로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을 목표로 양산되는 셀 역시 다른 회사에 팔 생각인가.
▲물론이다. 판매하지 않는 반도체 사업은 아무 소용없다. 소니는 자사 제품 적용과 타사에 공급하는 시점도 동시에 갖고 갈 것이다. 타사가 셀을 이용한 제품을 내놔도 상관없다. 소니 자체적으로는 셀 탑재 게임기 및 TV 등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다. 2006년 무렵에는 변화가 눈에 보일 것이다.
-최근 소니의 거액 투자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소니는 자사 반도체를 디지털 가전 및 게임기에 대량 사용할 수 있다. 고객 동향에 좌우되는 반도체 업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삼성전자와의 LCD 패널 합작공장이 여름부터 본격 가동된다. LCD 공급과잉에 대한 걱정은 없나.
▲누구도 중국의 휴대폰 수요 급성장을 상상하지 못했다. LCD TV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확신한다. 삼성과의 합작공장에서는 7세대 패널을 만들지만 8세대 패널의 생산에 대해서도 삼성과 얘기 중이다.
-삼성전자와의 합병이 일본 기술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계심에 대해서는.
▲반도체, PC 등에서 세계적 규모의 분업체제가 이뤄지고 있다. LCD TV는 일본시장 만의 제품이 아니다. 강한 회사끼리 분업체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