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 "동남아 中바람 무서워"

통신장비업계가 최근 들어 동남아지역 통신시스템 공급전서 중국에 연전연패해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중국 WCDMA 시스템 공급전서도 장비공급권 확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최근 네팔의 통신사업자인 네팔텔레콤(MTC)이 실시한 CDMA 시스템 입찰서 가격을 앞세운 중국의 화웨이·중흥통신 등에 밀려 3위, 4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에 앞서 벌어진 인도 기간통신사업자인 BSNL의 WLL시스템 공급전서는 중국의 중흥통신·화웨이에 연달아 밀려 초기의 우위상황을 지켜내지 못했다. BSNL의 경우는 국내 LG전자가 5년전부터 2억달러 이상의 WLL시스템을 공급한 대표적인 통신시스템 해외수출 성공사례로 기록된 사업자다.

 국내 통신장비업계는 이에 따라 화웨이·중흥통신·유티스닷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로 경계 대상 업체로 지목,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국기업이 어느 정도 성능을 확보한데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중흥통신·유티스닷컴 등 중국업체들은 특히 최근 들어 전세계 시장을 겨냥, 파상공세를 펴면서 대형 레퍼런스 사이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동남아시장을 휩쓸고 있는데 이어 거의 무가에 가까운 전략가격으로 프랑스 등 유럽통신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선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통신시장도 눈독을 들이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조만간 공급자 선정작업에 들어갈 예정인 말레이시아의 이동통신사업자인 TIM사와 태국의 이동통신사업자인 CAT의 입찰 여부. 화웨이와 중흥통신 등 중국업체들은 TIM·CAT의 입찰서도 최저가 수준의 공급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은 나아가 단말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미 중국 로컬 휴대폰 업체들이 로엔드 부문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미드레인지 부문서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장비업체들이 단말기 시장에 진출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 업체는 한국의 중소업체 인수에 관심을 내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레퍼런스 사이트 구축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무가에 가까운 가격공세와 중국정부의 수출장려 정책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극단적인 우려감을 표시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