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중기 `상생 모델`

 LCD, 반도체, 가전 등 5대 업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모델 만들기’가 본격화될 모양이다. 전경련과 기업중앙회가 이들 업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구체적 협력 실천계획 수립과 이행점검을 담당할 ‘대·중소기업 협력분과위원회’를 이달 중 출범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년 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공염불’에 그쳤던 대기업-중소기업 상호협력에 실천력을 담보할 상설기구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성과가 기대된다. 특히 협력분과위에 업종별로 상위 대기업 3∼5개사의 임원이 위원으로 참여해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 전수 등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연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대기업들이 종전과 달리 나눔의 경영을 통해 협력 중소기업과의 동반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를 보면 협력보다는 종속적 관계로 이뤄짐으로써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부품이나 자재를 구매할 때 대기업은 불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구매시스템 개선이나 원가절감 노력보다는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컸고 지금도 그렇게 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여기에 시정요구조차 하지 못한 채 끌려가면서 수익성 악화로 품질개선·기술개발 여력을 상실해 결국 완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던 문제점이 없지 않았다.

 이런 일방적인 거래에서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부정적인 요인 중 가장 절박한 것으로 꼽히는 중소기업과 부품·소재 분야의 취약한 경쟁력도 바로 여기에 원인이 있다. 결국 이는 대기업에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 품질 좋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강해야 대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우월적 지위만 내세워 중소기업에 강요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자금과 기술 및 설비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 육성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중소기업 자체가 대기업 지원 수용 능력을 갖추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범하는 대·중소기업 협력분과위가 불공정 거래관행 해소 등 상생 기반 구축을 시작으로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력을 확대하는 형태로 상생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협력분과위가 구성되는 반도체, 가전 등 5개 업종은 산업 규모나 협력업체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의 포괄적인 중소기업 지원책보다는 대기업이 동반자인 협력 중소기업을 맡아 상생을 기반으로 육성·지원해 나가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협력분과위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이왕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기로 한 만큼 부품 구매과정 개선을 통해 얻는 원가절감액을 협력업체와 나누는 수익공유 제도를 도입한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는 모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품질개선과 수익증대를 이뤄냄으로써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원가절감을 위한 납품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진해 그 성과를 극대화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