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컴퓨터가 디지털 뮤직플레이어인 ‘아이포드(iPOD)’의 판매량 급증에 힘입어 지난 2분기에 작년 동기대비 220% 이상 순이익이 증가하는 실적을 보였다. 애플은 지난 2분기에만 86만대의 아이포드를 판매했는데 이는 애플의 주력사업인 매킨토시 판매량 87만6000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미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인 ‘아이튠즈’를 통해 1억곡 이상의 음악 파일이 다운로드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이포드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매킨토시의 시장점유율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포드’라는 효자 상품이 등장해 짭잘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애플 입장에선 여간 다행스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사한 형태의 휴대형 단말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기세등등한 아이포드의 위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최근 아이포드가 구설수에 올랐다. 영국 국방부가 지난주 아이포드를 ‘보안 위해 품목’ 명단에 올려 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연인 즉, 국방 관계 기관에 근무하는 내부자나 방문객들이 국가 보안 시설에 진입해 컴퓨터의 USB포트에 아이포드를 연결하면 별도의 패스워드 확인절차 없이 군사기밀을 아이포드에 내장된 하드디스크를 통해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식은 국방부 대변인의 공식 부인으로 해프닝에 그치고 말았다.
사실 보안 측면에서만 볼때 아이포드 등 디지털 정보기기에 대한 세간의 시각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보안SW 전문업체인 레플렉스 마그네틱스사가 200개 영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의 기업이 아이포드 등 휴대형 저장기능을 갖춘 디지털 기기를 보안상 ‘위해’ 품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부 기업들은 재무나 건강·의료 분야 부서를 중심으로 아이포드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 역시 얼마전 기업들에 휴대형 저장장치나 디지털 뮤직플레이어의 사용이 기업내 바이러스 확산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사용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전후 사정을 보건대 카메라폰에 이어 아이포드나 USB저장장치가 주요 기업 공장이나 기간 시설의 반입 금지 제품 목록에 오르지 말란 법도 없을 듯하다.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