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10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0만대보다 35% 가량 늘어난 규모다. 하반기를 포함하면 적어도 1800만대가 팔려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큰 요인은 번호이동성·통합번호제도가 단말기 교체 수요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LG전자·팬택계열 등 대형 단말기 업계는 뒤돌아 앉아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세계적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시장 역시 지난 1분기에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가량 늘어난 1억5300만대가 팔려나갔다.
하반기에는 WCDMA서비스·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신규서비스에 따른 단말기와 기존의 스마트폰·300만 화소 디카폰 등 신규수요도 새롭게 일어날 전망이다. 신규 첨단 폰 등장에 따른 휴대폰 수요의 증가가 필수적으로 수반될 것이라는 의미다. 신규 통신서비스와 첨단 폰의 지속적인 등장이 신규 수요를 견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적인 휴대폰 교체 수요가 가장 큰 요인이다.
PDA폰의 경우 업그레이드 수요는 폐기물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은 아니지만 유선 전화기 역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기존 아날로그 전화기는 중고품으로 전락했다.
반면, 폐기할 중고 휴대폰은 그만큼 증가할 전망이다. 새 제품이 팔려나간 만큼 신규 폰을 제외한 교체폰이 모두 폐기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600만대의 휴대폰이 판매되기는 했으나 1300만대가 폐기물로 전락했다. 이 중 400만대만이 회수돼 회수율은 31%에 머물렀다.
휴대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1300만대의 폐휴대폰 중 400만대만이 회수됐다. 이 중 80∼90%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회수되고 10∼20%는 제조사 직영점이나 AS센터 등을 통해 수거됐다. 하지만 900만대 가량이 고스란히 가정의 장롱 속에 보관돼 있거나 소각·매립 처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마디로 폐휴대폰의 70% 가량이 중고폰으로 남아 폐기 처분되거나 휴면상태에 놓였다는 얘기다.
수치로만 보면 올해 휴대폰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 폐기되는 중고 휴대폰 또한 사상 최대로 쌓일 전망이다. 심각한 것은 이동통신서비스가 보급되지 않았거나 보급됐다 하더라도 일부에 그치고 있는 우리보다 이동통신서비스 수준이 뒤진 국가에서 멀쩡히 사용할 수 있는 수 많은 휴대폰이 그대로 폐기된다는 점이다.
재활용하는 방안에 시선이 모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업계가 자체 회수한 400만대의 중고폰 중 200만대는 수출로 이어졌고 상태가 좋지 않은 180만대가 폐기처리됐다. 수출이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는 이유다. 20만대는 대여폰으로 활용됐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중고 휴대폰도 훌륭한 수출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차피 국내 업체의 경우 대부분이 하이엔드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로엔드 부문의 중국업체와 경쟁하기에는 중고 제품이 적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고폰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회수가 요건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제조사·이동통신사·협회·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정내 방치된 폐휴대폰 배출 촉진과 수거를 위한 수거봉투 비치와 홍보활동도 곁들여야 함은 물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번호이동성제도와 통합번호제 등 제도상의 변화와 단말기 교체수요에 따른 첨단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만큼 중고폰도 급증했다”며 “중고폰의 다양한 재활용과 수출확대를 통해 산업의 역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부와 업계·국민의 중지가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정·김익종기자@전자신문, sjpark·ijkim@